"고향 형님들과 얼굴 비비며 살려고요"
칭찬릴레이 - 김영복<대마면>
2003-05-16 영광21
잠시 정차했던 자동차는 김영복씨가 근무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여기저기서 서행을 하는 자동차들 앞에 트랙터가 앞장서서 가고 있음은 논에 못자리를 하고 돌아오는 듯 싶다.
고향이 대마인 김영복씨는 1987년에 입사해 올해로 16년째를 보내고 있는데 그는 지난 2년을 묘량농협에 잠시 근무했다가 다시 이곳 대마로 와 14년이란 기나긴 세월을 고향 농협에서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대출업무를 맡고 있는 터라 어려움이 많겠다고 묻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향이고, 형님 동생들 아닙니까?" 웃음을 웃어 보이긴 하지만 그 웃음 속에는 말 줄임표가 되어 생각 꼭대기에 붙어 있는 것 같다.
걸려온 전화가 김영복씨를 찾는다. 그 틈에 양하수 과장은 "어떻게든 조합원들에게 연체이자를 부담시키지 않으려 애를 쓴다"며 바늘귀만큼의 틈만 있어도 조합원을 구제하여 안심시키는 그를 칭찬한다.
그는 대마면에서는 누구 집에 숟가락이 몇이고 강아지 색깔이 무엇이며 무슨 신발은 신고 있는지 조차 다 아는 사람이다. 고령인 노인부터 어린 꼬마까지 김영복이란 이름을 다 외울 정도로 인정받고 영광농협 대마지소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임이 틀림없다. 전화 통화가 끝나자 다시 마주 앉았다.
"연체 고객의 수요는 증가되고…" 어려운 농가가 많은 지역이라 타 읍·면에 가는 것이 걱정스럽다. 지역의 선배나 후배 그리고 친구 등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보면 자기가 아니고는 안된다는 애처로운 생각 때문에 영복씨는 그 자리에 머물러있다.
출퇴근이 일정치 않아 가정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사는 영복씨는 아직 다른 사람을 탓해 볼 생각이 없단다. 오로지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해 일할 수 있을 때까지 만이라도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의 지팡이 역할을 하겠단다.
훗날 경제적 여건이 좋아져서 연체 수요가 줄었을 때 그 말 이루고 크나 큰 사발로 막걸리 한 그릇 꿀꺽꿀꺽 마시자고 약속하고 있을 때 갑자기 기름을 사러 몰려든 사람들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박 청 기자 pc21@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