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새들의 비상

시인 장진기

2007-08-09     영광21
아프간 피랍 한국인 무사귀환을 위한 릴레이 시

방조제를 걷다 지난여름 갈매기에 대한 얘기를 했다
비릿한 바닷바람을 뚫고 살처럼 날아 꽂히는 갈매기 소리가 세상일에 무뎌진 귓불을 스치고 갔기 때문이다

이중 삼중 얽혀있는 그물,
움직일수록 조여지는 낚싯줄의 얽매임으로 포구에 긴급히 비명을 널어놓는 갈매기,
뱃전에서 멀찍이 떨어져 우리 일행은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포구의 갈매기들이 모두 날아들어서 낚싯줄에 묶여 침몰하는 갈매기 위를 구름처럼 선회하기 시작했었다
갈매기들의 힘으로는 풀어낼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눈꺼풀에 힘을 주고 마지막 구명의 목청을 다듬는 동료가 벗어나기를 바라는 갈매기들의 소름이 끼치는 울부짖음을 듣자,
나도 모르게 뱃전에 뛰어들었다

그제야 낚싯대를 펴놓았던 낚시꾼도 부리나케 돌아와 갈매기를 끌어 당겨 풀어주었다
갈매기는 몸부림으로 탈진한 몸을 허공에서 한번 휘청하더니 하늘로 솟구쳐 동료들 곁으로 날아가고,
우리가 환한 웃음을 던질 때까지 감사하듯 울며 우리 위를 빙빙 돌다 가던 것이었다

포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조용해졌다
배들만 다시 끄덕끄덕 졸던 것이었다
그랬었어, 저 새들 참 신기하더라
한 마리 새가 위험에 빠지니까 모두 와서 울어 주더라 , 같이 아파 해 주더라, 하늘도 가리고 운명을 막아주더라
그래서 나도 용기가 났었고
아니 거기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 바닷 속에 뛰어 들어서라도 갈매기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던 것이었어라

끄덕 끄덕, 그래그래
우리가 살아오면서 한 번도 보지를 않았고 저런 일이 없으면 눈길도 마주치지 않았을 우리 형제들이 저기에 있다, 아프간, 그 사지에, 두 명은 죽어 돌아오고 아직 그 새처럼 살려 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우리 형제가......

그 때 그 새들이 그랬지, 모두 모여 꽃비처럼 떨어지는 구명의 목소리를 함께 내었던 것이지, 새들아 오천년을 아름답게 살아온 새들아,

우리 형제들을 위해서 모두가 한 떨기의 마음을 모으자
모아서 힘 있는 자들이 진정한 용기를 가지고 우리 형제를 구해 주도록 아프칸에 피랍된 우리 형제 곁으로 모이자
다시 둘러 봤다
지난 해 아름다웠던 새들의 비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