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걸린 작품감상과 소주 한잔 '커~'

문학이 살아숨쉬는 빛고을식당

2003-05-16     영광21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제일 먼저 주인아주머니의 인사와 그 뒤로 여기 저기 보이는 하얀 종이에 곱게도 써내려 간 시들이 손님을 반긴다. 영광읍 버스터미널옆 지하상가에서 빛고을식당을 운영하는 양희주(60)를 만났다.

무슨 이유로 이렇게 벽에다 시를 걸어 두냐고 물었더니 “시가 좋아 제가 혼자 보기보다는 오신 손님도 보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드시고 가시라고 붙여 놓았다”며 그의 순수문학을 알리려는 소탈한 욕심을 말했다.

어려서부터 시나 책읽기를 좋아했는데 그 시절 모두가 그랬듯이 형편이 어려워 즐기거나 지을 수 있는 여유가 없었는데 지금은 다른 사람의 시를 감상하기도 하고 자작시를 지어보며 시와 함께 삶을 살아간다고 했다.

그리고 놀란 것이 글씨도 그는 참 잘 썼다. 전에는 도화지 같은 흰 종이에 써서 붙여 놓았는데 시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위해 둘째 아들이 화선지 한 묶음을 사다 주었다며 슬쩍 자랑했다. 신문에 실어진 독자의 시를 곱게 써서 걸어 놓았더니 본인의 지은 시를 보려고 오는 손님도 많고 직접 쓴 글을 주변 가계에 선물하기도 한다고 했다.

특히 외지에서 오신 손님들의 반응이 좋고 ‘유명시인의 시보다 무명시인의 시가 더 솔직하고 와 닿는다고’ 달라고 하여 가져가기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손님들이 간판이 안 어울린다고‘ 시인의 집’으로 이름을 바꾸라고도 한다고 한다.

이런 인연으로 오는 12월이면 칠산문학회에 정식으로 가입이 된다며 “저는 낙서 차원으로 쓰고 싶은데로 쓴 것이고 보고 느낀데로 쓸 뿐 아무것도 아니다”고 겸손히 말했다. 노트에 가지런히 정리해둔 그가 지은 40편의 시중에서 제일 좋아한다는 시 한편을 소개하여 본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