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학력이 판을 치는 세상은 요지경
데스크칼럼
2007-08-30 영광21
검찰은 석사와 박사학위를 위조하거나 학위를 사칭해 취업하는 행위나 성적표를 위조하는 행위 등을 연말까지 집중단속하기로 했고, 경찰은 서울의 강남과 목동, 노량진 등의 학원강사를 포함해 4만1,000여명의 학원강사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이것 때문에 학원가에서는 소리없이 보따리를 싸서 갑자기 사라지는 강사들이 늘어나서 일부 학원은 강사를 급히 구하느라 진땀을 뺄 정도라고 한다.
광주비엔날레 감독을 맡았던 신정아 전동국대 교수의 학력위조로 촉발된 가짜 파문이 미술계는 물론 건축, 방송, 공연계 등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창하씨에 이어 공연계의 큰손으로 통하는 김옥랑 동숭아트센터 대표까지 학력이 허위로 드러나 검찰의 수사대상이 되었다.
일련의 학력 위조사태를 바라보면서 개인의 도덕성에 대한 비난을 넘어 학력위조를 방조한 우리 사회가 부끄럽기만 하다.
제대로 된 학위 검증시스템이 작동되지 않고, 능력보다는 학력을 우선시하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기이한 현상이기에 한편으론 가슴이 아프다.
특히 문화예술 관련 학과에선 학력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기보다는 학계에 입소문이 났다거나 사제관계, 동문, 친분관계 등을 따져 평생이 보장되는 교수로 발탁해 왔음이 드러나고 있어서 분노가 치민다.
이른바 명문대로 불리는 상위권 대학들의 학위 검증시스템은 지금까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야 할 정도로 엉망이었다고 하니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하긴 그들만 탓할 것도 아니다. 우리부터서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통성명을 한 후에 우선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고향이 어디인가' '학교는 어디를 나왔는가'이다 보니 뿌리 깊은 지역주의와 학벌주의는 이미 우리들의 삶 속에서 알게 모르게 관례가 돼버렸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비록 이러한 배경에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가짜 자격, 가짜 학력 파문은 지식기반사회의 신뢰 인프라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대학은 물론 교육 관련 기관에선 효율적인 검증체제를 시급히 갖춰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기회에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학위가 없어도, 학위 소유자에 뒤지지 않는 특출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당당히 강단에 서거나 소임 분야에서 거리낌없이 활동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와 경로를 만들 필요도 있다.
특정분야를 가리지 않고 각계각층에서 끝이 보이지 않게 터지고 있는 허위학력 시비는 이제까지 능력보다는 학벌을 중시해 온 우리 사회 구성원의 잘못된 인식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이 논란이 단순히 관련자들의 도덕성 시비에만 초점이 집중된다면 우리는 또 다시 사태의 본질을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되는 것이다.
공인에 대한 신뢰가 만신창이가 된 이 사태를 지혜롭게 극복할 때 우리 사회는 한 단계 진일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