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 통해 인생의 무게 쉬어갑니다”

영광을 일구는 여성 / 김경순<영산성지 성래원>

2007-09-01     박은정
‘삼복’더위가 아닌 ‘처서’더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상이 무덥다. 발밑으로 아삭아삭 밟히는 녹색의 푸르른 잔디와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이 찾는 이들을 조용히 반기는 영산성지 성래원. 원불교영산사무소 안에 위치한 이곳을 맡아 운영하고 있는 김경순(46)씨의 낯빛이 불쾌지수가 높은 바깥세상과 다르게 평화롭다.

“신발신고 들어오세요.” 나지막하게 들리는 그의 목소리를 따라 들어선 곳에는 고요한 아늑함과 정갈한 기념품들이 조화롭게 꾸며져 있다. 이곳은 영산원불교대학 평생교육원 다도학 교육이 펼쳐지며 영산다례원으로 이용되다 2년전 원불교 근원성지를 찾는 모든 이들을 위한 차와 음악이 있는 공간으로 모습을 바꿔 운영되고 있다.

“직접 만든 차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라며 얼음이 시원하게 띄어진 연잎차를 건네는 모습이 다소곳한 김 씨.

그는 고흥이 고향으로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기르며 평범한 주부로 살아왔다. 모든 인생사가 그러하듯 김 씨는 세속에서 일어나는 어려움에 부딪치게 되고 긴 시간 방황의 길을 헤매다 지난 6월 출가해 원불교 덕무로 원불교에 봉공하며 살아가고 있다.

“저는 지금의 생활이 행복합니다”라며 현실의 만족을 표시하는 그는 “이곳은 제가 좋아하는 차와 도자기가 늘 가까이 있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곳입니다”라며 “요즘은 이곳이 알려져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틈나는 대로 주변에서 차 잎을 채취하고 더꿔 정성껏 차의 재료를 만들어 성지를 찾는 순례객을 대접할 때가 가장 뿌듯합니다”라고 일상의 보람을 밝혔다.

평소에도 차를 통한 나눔을 즐기던 그는 영산원불교대학 평생교육원 다도학과 2기 수료생으로 예절지도사와 다도사범 자격을 취득했으며 현재는 원광디지털대학 1학년으로 차문화경영학을 전공중이다.

지금은 1학기를 마치고 방학중이지만 방학을 끝내고 다시 9월이 되면 매주 목요일 차와 인생이 함께하는 평생교육원 수업이 시작된다. 그 안에서 김 씨는 수강생들에게 올바른 다도방법을 지도하며 깨달음이 함께하는 문화를 전달하고 있다.

지난 질곡의 삶을 하나 둘 털어놓으며 만감의 교차로 눈시울이 자주 붉어지는 김 씨를 바라보며 ‘홀로서기’의 무게가 가슴 깊게 느껴졌지만 다도인들을 만나고 차를 통해 인생의 배움의 길은 차분히 걸어가는 그의 새로운 모습은 또 다른 삶의 시작으로 숙연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