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버거움, 더불어 나누면서 위로 합니다”
영광을 일구는 여성 / 정명순<불갑면생활개선회장>
2007-09-06 영광21
“내일이 시어머니 기일이라 정신이 없네요. 집이 누추하지만 안으로 들어오세요”라는 그의 손짓에 반찬 내음이 진하게 배어 있다.
대종가 종부로서 3남2녀의 큰며느리인 그는 치매로 1년간 병석에 누워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시어머니의 첫 제사날을 맞아 방문할 가족들을 위해 김치담기가 한창이었다.
불갑면 모악리 사산마을에서 나고 자란 그. 생업을 위한 부모를 따라 형제들이 모두 서울로 올라갔지만 3남2녀중 장녀였던 그는 홀로 남겨진 할머니를 모시며 고향에 남았다. 20살 되던해 같은 마을의 남편을 중매로 만나 결혼한 그는 35년째 이곳에 살고 있다.
이렇게 어린시절부터 큰딸로서 멍에를 짊어지고 살아온 그는 결혼을 해서도 삶이 그리 순탄하지만 않았다. 슬하의 2남2녀중 고등학교 다니던 큰아들을 잃는 아픔을 겪었고 남편이 하는 일이 순조롭게 안 풀리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가슴에 자식을 묻고 삶의 버거움으로 자신조차 지탱할 힘이 없었을 그였지만 20년을 넘게 부녀회장을 맡아 마을의 애·경사를 챙겼고 3년째 불갑면생활개선회장을 지내며 면을 대표해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과 힘을 모아 지역의 낙후된 경로당을 찾아 청소를 하고 식사를 대접하며 각 마을의 어르신들을 초청해 효도관광을 보내드리는 정 씨는 봉사활동에 여념이 없다.
정 씨를 포함한 회원 13명은 폐비닐, 농약병 등 재활용품수집운동을 연중실시하고 도로변 풀베기 등을 실시해 이를 위한 수익금을 마련하고 있다.
“삶이 힘들다고 안에서 웅크리고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저는 더욱 활동을 열심히 했습니다”라고 밝히는 정 씨는 “회원들과 어르신들을 만나고 그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복잡한 마음을 잠시나마 날려 버릴 수 있고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보면서 새로운 용기를 얻기도 합니다”라고 활동의 보람을 전했다.
지역을 대표하는 중심여성단체의 리더로서 회원들과 지역사회 발전을 함께 모색하며 어두운 곳을 환하게 비춰나가는 정 씨는 개인적인 삶의 무게를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로 승화하면서 평화롭고 화목한 미래를 기원하고 있다.
“얼마 안 있으면 열릴 상사화축제 때는 회원 전원이 참석해 찾아오는 관광객을 상대로 차를 판매하는 등 원활한 행사진행을 도울 계획이다”며 쌓인 집안일과 면의 크고 작은 일의 걱정으로 하루도 쉴 틈이 없는 정 씨. 그의 부지런함은 고마운 여운으로 지역의 행복을 예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