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삶, 이젠 끝났으면 하네요”

영광을 일구는 여성 / 김정숙<홍농택시>

2007-09-20     박은정
갑자기 차편이 필요하거나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많이 찾는 것이 택시다. 2년전부터 홍농택시에서 영업용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김정숙(53)씨.

사무실에서 승차할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그는 외소한 외모에 다소곳한 미소가 험한 세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그가 풀어놓는 우여곡절 지난 삶의 이야기보따리가 기구하기 그지없다.

그는 서울이 고향이지만 외가의 중매로 결혼해 홍농에 둥지를 튼 그는 노동일을 하는 남편과 슬하에 2남1녀를 두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시련이 끊이지 않고 찾아왔다. 어려서부터 조금씩 몸이 불편함을 느꼈지만 별 이상을 찾지 못했던 큰아들이 22세 되던 해 아버지로부터 신장을 이식받는 큰 수술을 받았다.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 자식에게 선뜻 신장을 이식해준 김 씨의 남편은 그때부터 힘든 일을 하지 못하게 되고 가족부양이 모두 김 씨의 몫이 됐다. 그 뿐만이 아니고 그의 막내딸은 태어나면서부터 정신지체를 앓고 있어 지금은 병원에서 요양중에 있다.

게다가 산 넘고 산이라고 몸이 아프기 전부터 만났던 여자친구와 결혼해 딸을 낳은 아들이 건강이 좋지 못하자 처지를 비관해 가출한지 오래고 며느리도 다른 곳으로 시집가 지금은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손녀딸을 4살 때부터 김 씨가 맡아 기르고 있다.

이렇게 가족 모두가 온전하지 못한 상황속에서 그는 억척스런 삶을 살수밖에 없었던 것. 홍농일대의 신문배달을 시작으로 학원차 운전, 원자력발전소 25인승 버스운행, 렌트카 기사까지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그는 밤낮을 뛰고 또 뛰었다.

“제가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운전밖에 없더라구요. 그래서 시작한 일이 지금 택시운전까지 이르게 했습니다”라며 직업에 대해 설명하는 김 씨는 “제가 지금껏 살아온 삶이 어렵고 힘들었지만 한번도 후회해본적은 없습니다.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마음을 비우면서 살다보니 세상이 꼭 어둡지만은 않더라구요”라며 “그나마 저에게는 건강한 몸이 있어 감사합니다”라고 일상을 위로했다.

처한 현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부지런하게 일상을 채워가는 김 씨는 택시영업을 하며 만나는 승객들에게도 여성특유의 섬세함으로 친절한 서비스를 베풀며 최선을 다하고 있어 그 모습이 아름답게 주변에 비춰지고 있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을 앞두고 “집나간 아들이 어디서 잘 지내고 있는지 연락이라도 좀 했으면 좋겠다”고 그리움을 표현하는 그. 애절한 마음을 승차하는 고객에게 베풀며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이어가는 모습이 새삼 푸념과 원망만 하던 일상을 반성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