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뭐 별거 있는감, 맘 편히 먹고 즐기면 되제”
경로당탐방 105 / 방마경로당<불갑>
2007-10-04 박은정
면민의 날이 함께 열리는 상사화축제를 하루 앞두고 마을주민들이 먹을 음식 장만으로 분주한 방마리경로당(회장 강대건 사진)에는 맛있는 냄새가 하나 가득이다.
경로당 앞마당 모정에는 방금 잡은 듯한 돼지고기를 남자어르신들이 손질하고 있었고 방안에서는 여자어르신들의 김치담기가 한창이다.
“하필 바쁜 날 찾아왔네. 안으로 들어와 김치에 고기한점 싸.” “맥주 소주 다 있응게 알아서 골라먹어.” 꾸미지 않은 넉넉한 시골인심이 듬뿍 묻어나는 어르신들의 반가운 환영이 우리내 고향 어머니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다.
이곳 방마리경로당은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을 허물고 3년전 새롭게 신축해 어르신들의 쉼터로, 주민들의 회의장소로, 마을 애·경사의 준비의 장 등 만능공간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봉동과 박산 두 자연마을이 모여 있는 이곳 방마리는 40여호에 6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복분자재배와 벼농사가 주요 소득작물이다.
특히 이곳은 지난 5월 15평 규모의 복분자저온저장고가 건립돼 복분자 수확기에 홍수출하를 조절하고 고품질의 생과저장능력을 보유하며 주민들의 소득증대를 돕고 있다.
또 이곳 어르신들은 지난해 처음 바이오디젤 원료용 유채를 재배해 올해 첫 수확을 거뒀다.
유채와 복분자수확후 약간의 여유가 머물렀지만 이곳 어르신들은 다시 가을 수확기를 맞아 마음이 바쁘기만 하다.
“오늘은 면에서 큰 행사가 있어 이렇게 회원을 비롯한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아직은 바빠 자주 모이지 못하고 있다”며 농촌일상을 밝히는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강대건(82) 어르신은 “추수가 끝나면 모두 날마다 모여 점심도 해먹고 화투놀이, 장기 등을 두며 즐겁게 지낸다”고 고단한 농번기 뒤의 한가한 여유의 기다림을 내비쳤다.
이곳 어르신들은 농사일로 바쁜 와중에서도 틈틈이 게이트볼을 즐기며 노년의 건강을 지켜나가고 있다.
영광불갑복분자마을카페를 운영하는 등 마을홍보와 복분자판매에 앞장서고 있는 강점성 이장은 “마을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주민간에 단합이 잘되고 마을의 크고 작은 일에 서로가 솔선수범해 마을이 늘 평화롭다”며 “정부보조금에 어르신들이 십시일반 보태 경로당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자금이 넉넉지 못한 편이고 농한기 어르신들이 즐길 수 있는 운동기구라도 좀 더 갖춰졌으면 한다”고 바램을 전했다.
자식을 위하는 부모의 진한 사랑이 느껴지는 방마리경로당. 이곳은 황금들녘의 풍요로움만큼 여유로운 인정이 정감있게 넘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