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어르신들만의 전용공간으로 전통 잇는 쉼터
경로당 탐방 109 / 삼학경로당<묘량>
2007-11-02 박은정
10여년전 지어진 삼학경로당(회장 강종호)이 바로 그곳으로 어르신들이 애지중지 지켜나가고 있다.
요즘은 경로당신축이 늘면서 자연마을 단위로 경로당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곳은 1개리의 유일한 경로당으로 농한기 만남의 장소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어르신들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삼학경로당은 특이하게 남자경로당도 아닌데 남자어르신들만 모인다는 것이 독특했다. 그 이유는 자연마을단위로 어르신들이 모이면 남녀어르신 모두가 허물없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지만 여러 마을에서 모이다 보니 여자어르신들은 부끄럽고 멋쩍어 참석을 못하고 자연스레 남자어르신만 모이는 전통이 돼 버렸다.
대신 여자어르신들은 가까운 이웃에 사랑방을 두고 겨울을 보낸다고 한다.
이렇게 남자어르신 2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곳 삼학경로당은 정부보조금으로 기본 난방비를 해결하고 회원들이 약간의 회비를 걷어 식사, 간식 등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강종호(68) 어르신은 “할멈들이 같이 모이면 좋겠지만 오랫동안 영감들만 모이다보니 익숙해졌고 겨울이면 밥도 해먹고 라면도 끓여먹으며 여느 경로당과 똑같이 생활한다”며 “모여 술한잔 나누며 장기 바둑 화투 등의 놀이를 하면서 지내다보면 농한기도 금세 지나가고 다시 농사철이 된다”고 나름대로의 일상을 전했다.
5~6세대의 젊은 농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70대가 넘은 고령의 어르신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이곳은 벼와 고추농사, 한우사육 등으로 노년을 잇고 있으며 특수작물재배가 없어 수확을 마친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경로당을 이용하고 있다.
아무래도 남자 어르신들만 생활하는 곳이다 보니 음료수와 술값의 지출이 많은 편이지만 이곳 회원들은 개개인이 여행비를 보태 전주민이 참석하는 마을 야유회를 1년에 1~2차례 다녀오는 등 마을화합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금도 마을의 대·소사가 있거나 회의가 있으면 경로당을 유용하게 활용하며 이웃간에 정을 나누고 있지만 가능하면 여자노인들도 함께 참석하고 남녀노소가 함께 모이는 화합의 장이 되길 바란다”는 어르신들의 바램이 다가오는 겨울을 따뜻하게 준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