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이 실종된 국정감사에 대한 유감
데스크 칼럼
2007-11-08 영광21
그 가운데서 가장 분노가 치미는 것은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 만든 세금을 일부 행정기관과 공기업들이 마치 자기 돈처럼 흥청망청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갈수록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지고 부패와 비리가 여전히 판을 치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음을 느꼈다.
더욱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갖가지 문제들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일반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오히려 공공조직의 이토록 한심한 실상에 비하면 국회가 파헤친 감사 내용이 매우 부분적이었고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국정감사 기간에 발생한 피감기관과의 술자리 파문은 국회 전체에 대한 불신을 심기에 충분한 추태였다.
이번 국정감사가 본래의 목적을 위해 제 역할을 다 했는가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회의적인 견해가 많다. 역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고 그 결과는 백보를 양보한다고 해도 한심하였다. 여야는 거의 대부분의 상임위원회별 국정감사에서 상대편의 대통령 후보와 관련된 갖가지 의혹을 제기하며 오로지 흠집을 내는 데 혈안이 되었다.
특히 정무위원회에서는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된 증인채택을 둘러싸고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이 몸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한나라당이 의사일정을 한때 중단하는 등 정면으로 충돌해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꼴불견을 재차 연출하기도 했다.
여야가 눈앞의 대선 승리만을 위해 정치 공방을 벌이는 사이에 피감기관의 국무위원과 공무원 등은 뒷짐을 지거나 정책 감사의 부담을 피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보니 정작 중요한 국정현안과 민생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산처럼 쌓인 한미자유무역협정과 북한 핵문제 해결방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치솟는 유가와 환율대책, 세금집행의 적정성, 비정규직 문제 등 시급한 국정현안과 민생현안이 외면당하거나 부실하고 형식적으로 다루어졌다.
이제 국회는 이번 주에는 본회의를 열어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대정부 질문을 벌이는 절차에 이어 다음 주부터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가동해 새해 예산안 심의를 벌일 예정이다. 나라 살림의 근간인 예산안 규모만 해도 자그마치 257조 3천억원에 이른다.
특히 금년 말 대통령 선거에 이어서 내년 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인 만큼 예산안 심의는 여야를 떠나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엄정해야 한다. 분명히 이 과정에서 여야의 무분별한 정치공방과 선심성 예산편성이 우려되기에 짚고 넘어가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에 대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통과의례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국정감사나 새해 예산안 심의과정이 아닌 공식적인 선거운동과정에서 정당하고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제발 바라건대 17대 국회로서는 마지막인 만큼 적정한 예산편성과 민생해결에 최우선을 둠으로써 여태껏 국민들에게 지은 죄를 그나마 속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