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부자면 추운 겨울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이여”

경로당 탐방 112 / 지산3구경로당<백수>

2007-11-22     박은정
백수읍 대전리를 지나 우측을 따라 들어간 곳에 위치한 지산3구경로당(회장 이정후 사진). 문밖에 줄지어 세워진 자전거가 농촌의 소박한 정겨움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는 이곳은 지난 2000년에 지어져 7년째 어르신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대부분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이 마을 큰길을 향하고 있는 것과 다르게 길을 등지고 있는 것에 대해 이곳 어르신들은 “길 쪽으로는 바람이 많이 불고 햇볕을 많이 받기 위해 경로당은 물론이고 집들도 모두 길을 뒤에 두고 남쪽을 향해 지어졌다”고 설명했다.

‘집을 짓고 길을 만들었으면 길이 앞에 있었을 텐데…’라는 엉뚱한 생각이 잠시 머물렀지만 아무튼 이곳 마을은 농사젓줄인 불갑천을 따라 마을이 남쪽을 바라보며 길게 늘어서 있었다.

바다를 막아 마을을 만들고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모여와 살기 시작했다고 해 ‘이민마을’로 일컫는 이곳은 42호에 1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그중 50여명이 노인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여느 경로당과 마찬가지로 농사를 마친 농한기에 주로 모여 1년 농사로 지친 심신을 쉬고 바쁜 농사철 나누지 못했던 이웃간의 정을 나누며 추운 겨울을 의지하고 있다.

이곳 어르신들은 벼, 보리 등의 논농사와 고추, 대파 등의 밭농사를 지으며 노년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은 논두렁에 심은 메주콩 서리태(검정콩) 등의 수확으로 마지막 농사를 챙기느라 약간 분주했다.

“우리 마을은 크게 잘살지도 크게 못살지도 않아”라며 별탈없는 마을분위기를 밝히는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이정후(73) 어르신은 “워낙 마을인심이 좋아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경로당에 필요한 음식이며 물품을 희사해 겨울철 모여 놀때 큰 불편함은 없지만 노인들의 건강을 위한 운동기구나 여흥을 즐길 수 있는 북, 장구라도 몇 개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램을 전했다.

지산3구경로당은 정해놓은 회비는 없지만 농한기 겨울철이면 형편 닿는 대로 조금씩 회비를 보태고 식량, 반찬 등을 자발적으로 내놓으며 운영을 돕고 있다. 또 1년에 두번 칠월칠석과 동짓날 마을 전주민이 모여 잔치를 열고 한두번 나들이를 다녀오며 화합을 다지고 있다.

정부에서 겨울철 난방비가 지원된다고는 하지만 겨울철 사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고 특히 올해는 유류값 인상으로 어르신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곳 어르신들은 부족함을 탓하기보다는 가진 여건에서 만족을 찾으며 소박한 행복을 따뜻하게 만들 채비를 하나 둘 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