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되면 어머니 모셔와 살고 싶습니다”
2007-11-22 박은정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이 따뜻한 가정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게 하는 요즘, 각기 다른 사연으로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이들은 그래서 그리움의 무게가 버겁기만 하다.
여러 가지 어려운 과정을 겪으며 북에서 내려와 정착해 살고 있는 조세복(37)씨. 그 또한 가족과의 헤어짐이 가슴 아프게 자리하고 있지만 더 힘차게, 더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며 남한사람이 되고 있다.
“북에는 오빠와 어머니가 살고 있습니다”라며 가족사항을 밝히는 조 씨. 그는 지난 2003년 탈북해 4년째 남한생활을 하고 있다.
북에서 함께 내려온 친구의 소개로 중장비사업을 하는 남편을 만나 묘량면 운당리 영당마을에 살고 있는 조 씨는 2005년 3월부터 묘량면사무소에서 가사간병도우미로 일을 시작해 현재는 기초노령연금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다.
“저는 아직 컴퓨터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그래도 저를 믿고 일을 맡겨준 복지사들이 고맙기만 합니다”라며 일에 대한 보람을 밝히는 조 씨는 모든 것이 낯설고 어쩌면 두렵기까지 할 법도 한 남한생활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또 하고 싶은 일을 배워가며 착실하게 남한 생활을 정착해 나가 주위에 관심과 칭찬을 받고 있다.
면사무소에 함께 일하고 있는 안소희 사회복지사는 “같이 일을 하다보면 탈북여성이라는 생각보다는 오래 같이해온 주민처럼 가깝게 느껴지며 매사 열심히 하려는 자세와 노력하는 의지가 신뢰를 깊게 심어주고 있다”고 조 씨를 설명했다.
남한에서 새로 꾸민 가정과 직장에서 성실함이 돋보이는 조 씨는 지난해 연말 열린 면정추진실적보고회에서 면정발전유공으로 표창을 수여하기도 했다.
“남한에서의 생활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라고 밝히는 조 씨는 “영광에 내려와 영광군청에서 한국요리에 대해 조금 배웠지만 기회가 되면 좀 더 자세하게 배우고 싶으며 또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의류디자인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싶습니다”라며 “가사간병도우미를 하면서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됐고 앞으로 노인복지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계획을 전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조 씨는 틈틈이 손바느질인 퀼트를 배우고 있으며 올해 송원대에 입학, 사회복지학을 전공중에 있다.
“생각보다 남한생활이 훨씬 좋습니다. 면사무소 직원들은 물론이고 경찰서 등지에서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그들의 관심과 격려가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라고 주변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는 조 씨는 겨울의 초입에서 북에 남겨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크기만 할텐데도 씩씩하게 남한세상을 적응하며 새로운 보금자리를 알차게 꾸며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