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삶, 제 천성에 딱 맞습니다”

2007-11-29     박은정
밭에 푸르게 펼쳐진 배추가 김장을 앞둔 부녀자들의 손길을 재촉하고 있다.
평온한 오후 햇볕이 초겨울의 한기를 감싸주고 있는 군서면 덕산1리. 다음날 치러지는 결혼식을 위해 음식을 장만하는 부녀자들의 웃음소리와 그곳을 기웃거리는 남정네들의 모습이 정겨운 원덕산마을 안길을 따라 도착한 곳에서 마주한 김금자(45)씨.

주민들과 함께 음식을 장만하고 돌아온 그는 수매를 앞두고 담뱃잎을 손질하는 남편을 돕고 있었다. 마당에서 털고 남은 콩깍지에서 한알의 콩이라도 더 주으려는 올해 90세된 노모의 모습과 어우러진 풍경이 평화롭고 행복해 보였다.

“저는 가난하고 쫓기는 도시생활보다는 넓고 편안한 농촌에서 많은 가족과 살고 싶었습니다”라는 김 씨는 소원대로 22세 되던해 전북 고창 무안에서 이곳으로 시집와 농사를 지으며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6남5녀 중 다섯째 며느리인 그지만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집안 애·경사를 챙겨온 그는 무엇이 그리 기쁜지 웃음이 늘 떠나지 않고 있다.

“저는 특별한 때가되면 찾아오는 형제들이 항상 반갑더라구요. 어머니와 저희가족을 찾아온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사람 사는 집에 사람이 늘 북적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구요”라며 가족들과의 부대낌을 순리대로 받아들이며 즐거워하는 김 씨는 마을에서도 주민사랑이 대단하다.
특히 마을 어르신들을 내 부모 대하듯 정성을 다해 봉양하고 마을일을 내일처럼 열심히 해나가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가족은 물론이고 남녀노소 모두에게 늘 관대하고 호의적인 김 씨는 주민들이 적극 추천해 마을부녀회장을 맡고 있다. 또 군서면생활개선회 감사를 맡아 활동하며 마을과 지역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행사에 솔선참여해 봉사하고 있다.

“저희마을은 어르신들이 먼저 저희를 챙겨주십니다. 또 부녀회 노인회 구분없이 마을일에 서로 앞장서 도와 주변마을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라고 마을 분위기를 전하는 김 씨는 부녀회원과 어르신들이 동참해 폐품을 수집해 얻어진 수익금으로 새해첫날이면 어르신들에게 떡국을 대접하고 1년에 한번 나들이를 다녀오며 주민화합을 이끌고 있다.

특히 지난 올 5월에는 폐품을 팔아 마련한 자금과 성금모금을 통해 자녀와 멀리 떨어져 있거나 홀로지내는 어르신의 공동 칠순·팔순잔치를 마을회관에서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농촌의 어려움과 노령화로 옛날 훈훈한 인정이 넘치는 시골풍경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요즘 타고난 농촌 아낙으로 이웃과 더불어 살며 따뜻한 인정을 만들어 가는 김 씨는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값진 사람이었다.

“욕심을 부리자면 끝이 없죠. 저는 지금 이대로가 행복합니다”라며 긍정적인 마음을 밝히는 김 씨. 그는 덕산1구 원덕산마을의 딸 또는 며느리로 마을을 크고 넓게 보듬으며 열심히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