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물질보다 따뜻한 마음이 더 중요”

염산면-김구희

2007-11-29     영광21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취재가 있어 찾아간 염산면 두우리3구 창우마을에서 만난 김구희(37)씨. 거동이 불편해 마을회관까지 나오기 힘든 어르신을 직접 등에 업고 먼발치에서 걸어오는 모습이 대견하고 든든해 보이는 그.

젊은이들의 부재로 노동력의 부족은 물론이고 마을을 이어갈 후손이 끊길 위기에 놓인 불안정한 농촌을 넘치는 패기로 성실히 지켜가고 있는 김 씨는 고맙기가 그지없다.

아내와 1남1녀의 자녀를 두고 있는 김 씨는 3남2녀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군대제대후 서울에서 잠시 직장생활을 했던 그는 28세 되던해 평생의 반려자와 함께 고향으로 귀향, 논농사와 어업을 하며 부모와 살고 있다.

“부모를 모시고 살다니요. 저희가 얹혀사는 것입니다. 농사철에는 농사일을 도와주시고 평소 아이들도 보살펴주시니 오히려 저희가 신세를 지고 삽니다"라며 부모에 대한 고마움을 밝히는 김 씨는 곡성이 고향인 아내와 슬하에 1남2녀의 자녀를 두고 알토란같은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다.

10여년째 농촌에 정착해 살고 있는 그는 3년째 마을이장을 맡고 있다. 농촌의 고령화로 마을 이장들 또한 50~60대가 대부분인 실정속에 관내에서 몇 안되는 30대 이장인 그는 청년의 기백으로 마을 어르신들을 섬기고 행정과 주민과의 가교역할에 부족함이 없어 주변을 더욱 환하게 비추고 있다.

“우리 마을 이장은 멀리 살고 있는 자식보다 더 낳아. 힘든 농사일은 물론이고 집안에 무슨 일이라도 있을 때는 제일먼저 달려와 도와주니 말여”라며 붙임성 있는 김 씨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마을 어르신들은 “얼마나 보기 좋은감. 이쁜 색시랑 아들 딸 낳고 부모곁에 살면서 마을까지 이끌어 가고 있으니까”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도시면 어떻고 농촌이면 어떻습니까. 어디든 자신이 마음먹기 나름이고 열심히 살면 되죠”라며 만족스러운 일상을 밝히는 김 씨는 “저는 부모와 함께 살고 있어 행복하지만 홀로 지내는 마을 어르신들이 쓸쓸하게 외로이 지내는 것이 항상 가슴 아픔니다”라며 “멀리 살고 있는 선·후배들이 각자의 일상으로 부모를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더라도 안부전화라도 자주 건넸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당부를 전했다.

염산면 소재지를 지나고 두우리바닷가를 달려 도착한 창우마을. 바다 넘어 백수가 보이는 이곳은 염산에서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끝 마을로 바다에 둘러쌓여 있다.
그래서 이곳 어르신들은 농한기에도 바다에서 굴 등을 채취해 생활을 잇고 있다. “어르신들이 조금이라도 움직여 용돈벌이라도 할 수 있으니 다행이지만 가난한 황혼이 안쓰럽습니다”라고 안타까움을 내비치는 김 씨는 고향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지킴이로 나무람이 없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