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족농 중심의 중소농이 농업근간

일본 농업연수 축산·유통분과 5박6일의 기록

2007-12-06     영광21
영광군이 지난 11월12일부터 17일까지 선진농업 일본 해외연수를 실시했다.
여기에는 현직 농업인 20여명과 의회 의원, 공무원 등 30명이 참가한 가운데 경종과 축산·유통분과 등 2개조로 나눠 실시됐다. 본지는 2개조중 축산·유통분과 연수일정을 중심으로 3회에 걸쳐 연수기를 게재한다. / 편집자주


▶ 영광지역 농업의 미래를 생각한다

연수를 떠나기전 5박6일의 짧은 연수기간 동안 30년 동안 자립농가 육성에 몰두한 일본 농정의 현주소를 살피고 WTO와 한미FTA로 대표되는 거센 개방압력 앞에 신음하는 우리 농업의 현실을 비교 검토하며 아울러 지역농업의 새로운 방향설정을 고민해 보는 무리한 목표를 세웠다.

이미 수많은 각종 연수와 분석 자료화 돼 있는 일본 농업의 나무를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일본 농업을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는 농정철학의 큰 방향을 바라보는 농업의 숲을 보기 위함이다.

마을과 지역단위를 떠받치는 타노모시(계모임)라는 사조직과 협동조합이라는 공조직으로 편제된 일본 농촌사회의 농촌조직 형태는 진일보한 지방자치의 모토가 되고 대형유통업체와 구멍가게를 구분하지 않고 매겨지는 농축산물의 가격고시제(동일가격)를 잘 지키는데서 알 수 있듯이 민간 자율조직의 시장개입이라는 독특한 문화와 질서를 유지시키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일본농가 87%가 농외소득 담보

동시에 가족농 중심의 중소농이 농업의 근간 형태였으며 농가의 87%가 농외소득을 올리고 겸업농가중 60%가 농업소득보다 많은 농외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지방자치단체는 농업의 다원적 가치와 미래산업 가치를 농정으로 구체화하고 도시소비자와 농촌을 연결하는 교류체험과 교육을 담당하고 농민 스스로는 자신들의 내부질서와 협동적 가치를 현실화하는 역할 분담을 통해 살아있는 지역공동체를 정치·경제·사회적 작동원리로 삼고 있었다.

이에 비해 우리 농업의 현실은 여전히 낡은 비교우위론이 위세를 떨치며 자유무역이라는 해외 거대자본의 주문에 놀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정부와 지역농정은 전면개방으로 농업을 구조조정하려는 중앙정부의 농업예산 관리와 농정이 하부 집행기관의 한계를 본질적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농업인 내부의 통큰 단결 필요

농민들 또한 자신들이 만든 농협을 민주적으로 관리하고 농축산물의 유통·가격을 책임지는 반듯한 조직으로 세워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강력한 결속력과 협동으로 농업을 둘러싼 난관을 주체적으로 돌파하고 그 안에서 농업인 내부의 민주적 합의를 통해 지역농업의 실질적 대안과 한국농정의 비전을 함께 고민하는 통큰 단결을 해 내고 있지 못한 현실이다.

물론 일본의 계조직과 집단주의적 농촌사회의 모토는 고립된 섬 안에서의 끊이지 않았던 전쟁의 역사와 군사문화가 낳은 민주적 다양성이 약한 기형적 형태일 수 있지만 농촌의 경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진화와 발전을 거듭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다.

먼저 이번 농업연수를 평가하면서 다각적인 국내외의 산발적인 선진 사례연구 보다는 먼저 분명한 지역농정의 지향과 과제를 명확히 하고 행정, 농협, 민간자율의 연수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기획·실천되고 그 성과를 집약해 농정에 직접 반영하는 방향설정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우리 안의 탄탄한 논의와 확신이 없으면 연수는 오히려 불필요한 좌절과 선진지에 대한 무비판적 동경에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농업 방향설정 위한 논의를…

일본 그린투어리즘의 일부 정착은 농민 스스로의 위기감에 공감한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의 일치된 노력과 유럽 선진사례의 꾸준한 연구와 실천의 결과이듯이 영광농정이 이렇게 가면 영광지역경제의 미래가 새롭게 열린다는 확신을 지역주민에게 심어주고 주민 모두 함께 하는 새로운 농정설계가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는 단순히 각 부문별 계층별 예산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단위가 아니라 지역 농축수산업의 가치를 열린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지역의 백년을 설계하는 중심축으로 다시 세워 내는 종합 기획·실천의 단위가 되어야 한다. 관광, 복지, 환경의 문제를 농업, 농촌, 농어민과 따로 분리해 수립할 수 없듯이 지역발전의 중심고리를 잘 잡고 이를 통해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전향적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행정 농협 민간공동의 노력

그간 연수를 통해 살펴본 일본농업, 농촌의 실상 또한 농촌 고령화, 이농, 수입 농축산물문제 등 우리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오랜 준비와 적절한 대처로 농촌공동체의 파괴를 최소화하고 지역사회는 공존공영의 마인드로 농업지키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많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광은 자립적 지역경제를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배타적 지역주의가 아닌 열린 자세로 우리안의 잠재력과 행정의 민주적 리더쉽,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조합원과 운명을 같이해야 한다는 엄중한 현실을 보듬을 수 있는 농협, 개인의 이익과 공동체의 이익을 동일시하는 농민적 사고를 높여 나가는 농민 스스로의 변화, 농업이 무너지면 영광의 미래가 함께 공멸한다는 확고한 생각으로 지역 농업발전의 험난한 노정에 기꺼이 함께 하는 지역주민 모두의 참여가 영광의 미래를 가꾸어 가는 희망의 원천이다.

끝으로 이번 연수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의 열정과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연수단에 기대와 애정어린 걱정으로 마음을 모와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주경채 / 영광군농민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