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제 부모라고 생각합니다”

법성면-김진

2007-12-20     영광21
출렁이는 파도 그리고 세찬바람, 겨울을 맞은 바다는 요즘 더욱 거칠고 사나운 모습으로 뱃길을 오가는 항해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홍농 계마항을 출발해 송이도 낙월도 안마도를 경유하고 돌아오는 철선 신해9호. 육지와 떨어져 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신해9호 여객선에서 기관사를 맡고 있는 김 진(39)씨는 오늘도 오가는 승객들과 부대끼며 무엇이 그리 바쁜지 움직임이 분주하다.

안마도가 고향인 김 씨는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하다 해기사와 항해기사자격을 취득해 지난 2001년부터 기관사로 일하며 선박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안전운항을 위한 기계점검 등을 담당하고 있다.

날씨가 궂은날을 제외하고는 날마다 바닷길을 오가며 섬 주민들을 만나고 있는 김 씨는 항해도중 틈나는 시간에는 동료인 선원들의 일을 돕고 승객들의 불편한 사항들을 해결해 주며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 성실함이 돋보이고 있다.

이런 그가 더욱 칭찬을 받는 것은 오가는 승객들에 대한 친절한 서비스는 물론이고 섬사람들의 아들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

“저도 섬에서 나고 자랐고 제 부모님도 섬에 살고 계시는 상황속에 어르신들의 심부름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라며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김 씨는 “육지와 차단된 섬에 살다보면 갑자기 필요한 것이 있어도 구할 수 없고 특히 나이든 어르신들이 한번 육지에 나오려면 큰마음을 먹어야 함으로 선과 육지를 날마다 오가는 제가 도와 드려야 한다”며 “미리 필요한 물품을 부탁하면 차분히 물건을 구입하는데 가끔 출발할 시간이 임박해 연락이 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 당황스럽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부식재료부터 생활필수품까지 심부름을 주문하는 가지 수와 종류도 다양하지만 싫은 내색없이 섬 주민들의 부탁을 들어주고 있는 김 씨는 이웃간의 정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마음씨 고운 젊은이로 기억되며 어르신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2002년에 결혼해 슬하에 딸셋을 두고 아내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는 김 씨. 4남1녀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고향과 부모를 생각해 승객들과 섬 주민들에게 친절을 베푼다고 하지만 부산에서 시집온 김 씨의 아내도 이젠 물품구입을 위한 섬 주민들의 주문전화를 받느라 덩달아 바쁘며 부부가 닮아가고 있다.

“어이 내일 올때 미안헌디 콩나물 2,000원어치랑 두부 2모, 고사리 5,000원어치만 사다줄랑가.” “지난번 맡긴 열쇠 복제 했는감. 그리고 라이터에 넣을 휘발유도 좀 사오게나.” 방금 배에서 내린 김 씨에게 걸려오는 전화다.

일을 마치고 가족이 반기는 따뜻한 보금자리로 향하는 그의 발길은 주문받은 물건들은 챙기느라 조금 늦어지고 있지만 나누고 배려하는 행복으로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