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이웃, 힘닿는 한 지켜야할 제 몫”

이숙재 - 대마면

2007-12-27     박은정
여름내내 바쁜 농사일로 부대끼던 농촌이 요즘은 농한기 휴식기를 맞아 여유로움으로 평화롭다. 조용한 정적이 차분하게 다가오는 대마면 화평리2구 하화마을. 숨말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이곳 마을의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이숙재(62)씨의 가정에도 따뜻한 온기로 행복이 넘친다.

법성 용덕리가 고향인 이 씨는 23살때 공직생활을 하는 남편을 중매로 만나 결혼해 슬하에 1남3녀를 두고 있다. 3남4녀의 큰며느리로 시집온 그는 시부모는 물론이고 시누이 시동생까지 가족을 돌봄에 소홀함이 없었고 지금까지도 96세 된 시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공양하고 있어 주변의 칭송을 듣고 있다.

이 씨는 7년째 마을부녀회장을 맡아 마을의 크고 작은 애·경사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이고 주민들과 폐품수집으로 마을자금을 조성해 상수도, 집수정 등 마을공동설비의 수리비를 지원하고 얼마 안있으면 다가올 설명절에는 떡국을 비롯한 음식을 장만해 마을 어르신들에게 합동세배를 올리며 효를 실천하고 있다. 또 추석명절에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향우들이 정담을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대접하는 등 자금을 마을에서 꼭 필요한 부분에 활용하며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웃으로 살며 이씨를 오랫동안 지켜본 한 어르신은 “공직생활을 하다 퇴직한 남편은 아무래도 밖에 활동이 많은 편이다보니 주로 집안일을 도맡아온 이 씨는 농사일과 마을일 모두 소홀함없이 부지런히 해 마을 어른들의 칭찬을 듣고 있다”며 “특히 예의가 밝아 늘 보아도 웃는 얼굴로 인사하며 어른들을 공경해 귀감이 되고 있다”고 그를 표현했다.

62세로 환갑이 넘은 나이임에도 마을에서 가장 막내인 이 씨는 동생 또는 딸처럼 마을 어르신들을 섬기고 가정에서는 사회생활을 하는 딸들의 자녀를 돌보면서 농사일과 가축사육 등으로 한시도 쉴틈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저를 마을 어르신들은 새댁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제 남편을 청년라고 부르고요. 다른 마을에서 우리가 마을막둥이라고 하면 모두들 웃지요”라며 젊은이들의 부재로 인한 안타까움을 밝히는 이 씨는 “집안일, 농사일, 마을일로 동분서주 움직이다보면 간혹 지칠때도 있지만 모두가 제가 지키고 책임져야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저에게 가족, 이웃 모두 가장 소중한 존재로서 지금처럼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고 싶습니다”라고 고마운 약속을 전했다.

“항상 믿고 동참해 주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감사합니다”라며 손자들로 보이는 꼬마 녀석들이 재잘대는 곳으로 향하는 이 씨의 뒷모습은 평생을 희생하며 살아온 우리 어머니의 뒷모습으로 가슴 찡한 여운으로 다가왔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