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못 낳아줘서 미안하다”

■ 옥당골칭찬릴레이 - 강화순<군서면>

2008-01-18     박은정
연말연시 폭설로 위엄을 과시하던 동장군이 인심을 후하게 쓰는가 싶더니 다시 심술을 부리며 기온을 떨어뜨리고 있다. 가족과 가진 것이 없는 이들에게 찾아온 추위는 외로움과 굶주림으로 깊은 한기를 느끼게 하고 있다.

농한기의 한적함이 겨울비와 어우러져 더욱 조용한 군서면 덕산2구 한정마을에서 만난 강화순(50)씨. 외소한 체구에 다리를 절며 움직임이 둔한 모습이 몸이 많이 불편해 보였다.

일찍이 부모가 세상을 떠나 친적과 남의 집을 전전하며 갖은 고생을 많이 하며 자란 강 씨는 21살 되던해 어린 시절 부상을 당해 앞을 보지 못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노동력이라고는 하나없이 정부에서 지급되는 생계유지비로 삶을 이어가야하는 녹록치 못한 생활속에서도 시각장애가 있는 남편을 섬기고 시부모를 정성껏 봉양하며 슬하의 2남1녀를 키우며 애써 살아왔다. 결혼해 살며 한쪽 눈을 이식받은 남편은 약간의 시력을 되찾았지만 강 씨의 두 아들은 뼈가 굳고 통증으로 움직임이 둔해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태어나서부터 지금껏 고생하고 있다.

24살 26살의 젊은 청년인 두 아들은 아픈 몸 때문에 영광읍에서 조그마한 만화방을 하고 있지만 운영이 잘 안돼 이달 하순 폐업할 계획이다. 다행이 강 씨의 큰 딸은 건강하고 얼마전 결혼해 가정을 꾸려 잘살고 있다.

“모두가 제 탓입니다. 어미의 병을 물려받아 어린나이에도 저렇게 고생을 하고 있는 두 아들을 보면 억장이 무너집니다”라고 울먹이는 강 씨는 “어떻게라도 고쳐보려고 어려운 형편에도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녀보았지만 원인도, 치료방법도 알 수 없다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긴 한숨을 내뱉었다.

이처럼 살아온 세월이 무엇 하나 편한 것 없는 강 씨는 조카를 부양하고 10여년간 대소변을 못가리는 시어머니를 90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지난 2006년 영광군민의 날 행남효행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골반과 무릎을 이어주는 연골이 닳아 걷기가 힘들고 통증으로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장애의 몸으로도 근검절약하며 가족의 소중한 버팀목이 돼온 강 씨. 그는 믿음생활로 자신을 위로하고 형편이 어려워 배우지 못했던 한글을 배우며 아픈 가슴을 잊으려 애쓰고 있다.

아픈 몸으로도 부모에게 의지 안하고 굳굳이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아들들의 건강회복을 간절히 기도하는 그가 무자년에는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해지길 기원해 본다. 그리고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심성 곧게 자란 두 아들을 위한 안정적인 일자리도 함께 바래본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