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없는 난의 생존방법은…

■ 백용인의 난(蘭)과의 만남 71 - 난의 잎과 뿌리의 역할

2008-02-15     영광21
나무는 줄기가 있어 잎과 뿌리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며 양쪽의 문제점을 보완해 주는 역할도 해 준다. 뿌리에 문제가 발생하면 줄기에 있는 물과 양분으로 잎은 얼마동안 연명하기도 하고, 잎이 없을 때는 줄기의 양분으로 뿌리가 생존해 나갈 수도 있어 줄기는 잎과 뿌리의 연결 통로뿐만 아니라 물과 양분의 저장소 역할도 한다.

춘란은 줄기가 없으나 가구경이 나무의 줄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잎의 탄소동화작용에 의해 생성되는 당분은 일부는 새로운 잎을 만드는데 사용되고 일부는 새 뿌리를 만드는데도 사용된다. 그래도 남는 것은 뿌리나 가구경에 녹말의 상태로 저장된다.

즉 가구경은 곡식을 넣어두는 창고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편 잎에서 만들어지는 양분보다 사용되는 양분이 많을 때는 가구경이나 뿌리에 저장된 양분을 사용하게 된다. 그래도 모자라게 되면 잎에 있는 영양소를 신아쪽에서 사용하고 묵은 촉의 잎은 노대가 나게 된다. 그러나 또 영양분이 모자라게 되면 잎이 더 많이 노대가 나거나 이미 노대가 난 가구경의 양분을 다 소모하고 그 가구경은 말라버리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종족을 남기기 위한 본능으로서 위기에 장기간 처하게 되면 일어나는 현상이다. 잎이 없는 가구경은 직접 영양분을 잎에서 전달받지 못하기 때문에 옆에 있는 가구경의 영양분으로 살아가야 한다. 잎은 없고 퇴촉이 많으면 직접 양분을 생산하지 못하고 소모만하기 때문에 잎이 달린 촉으로 봐서는 고달프다.

자기 가구경도 먹여 살려야 하고 옆에 있는 가구경도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잎에서 영양이 많이 만들어지면 자기 가구경 뿐만 아니라 옆의 가구경에도 영양분을 축적해 놓기도 하는데 이렇게되려면 광합성 작용을 많이 해야 한다.

그래서 잎을 자를 때 전부를 자르지 말고 일부를 남겨 놓아 자체 생존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한 것이다. 한편 뿌리가 없는 가구경은 물과 무기질 영양소를 직접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옆에 있는 가구경에서 빌려 살 수밖에 없다. 옆에 있는 가구경의 뿌리에서 흡수해도 충분하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늙은 가구경에서 새로운 뿌리가 나기도 한다.

필자가 처음 난에 입문했을 때 들은 이야기로는 난의 뿌리는 평생에 한번 밖에 나지 않는다는 이론이 틀렸음이 증명된 것이다. 잎이 없는 가구경에 뿌리가 많이 달리면 그 가구경은 영양분을 옆에 있는 가구경에서 얻어먹고 사는 데 자식까지 많은 꼴이다.

이럴 때는 식구 수를 줄여야 한다. 잎이 없는 가구경은 자체의 수분을 흡수하는데 필요한 뿌리이므로 하나로도 족하고 그것도 반쯤 자르는 것이 좋다.

백 용 인 <영광군농업기술센터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