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 더 잘 모셨어야 했는데…”
▣ 옥당골 칭찬 릴레이 - 박갑례-염산면
2008-03-13 박은정
취재를 위해 방문한다는 기자에게 던지는 단호한 한마디에 슬픔이 가득 묻어나는 박갑례(61)씨. 한달전 시어머니 초상을 치른 그는 아직도 떠나간 시어머니에 대한 빈자리로 그리움이 넘치고 있다.
올해 환갑을 맞은 나이에도 순수함이 엿보이는 그는 나주 금천이 고향이다. 1972년 염산면 오동리 신오마을 3남2녀중 둘째며느리로 시집온 그는 시어머니가 94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36년간 정성껏 봉양했다.
6,000여평의 논농사와 1,000여평의 밭농사를 지으며 슬하에 1남3녀를 둔 박 씨는 넘치는 넉넉함은 아니지만 부지런한 노력으로 자녀를 기르고 생활을 이어가며 성실하게 생활해 주변에 칭찬을 듣고 있다. 특히 홀로된 시어머니를 모시면서도 불평이나 큰소리 한번없이 순종하며 가정 또한 화목하게 이끌어 더욱 귀감이 됐던 것.
“부모를 모시고 살면서 이만큼도 안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저보다는 시어머니가 저를 더욱 아끼고 보살펴주셨습니다”라며 송구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박 씨는 “지금도 주변에서 시어머니 이야기를 하면 가슴이 울컥하고 눈물부터 나오려고 하는 것이 시어머니가 제게 큰 정을 남기고 돌아가셨나 봅니다”라고 세상 떠난 시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내비쳤다.
마침 첫아이를 출산하고 친정에서 몸조리중인 둘째딸은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와 어머니가 다투시는 것을 본적이 없습니다. 딸처럼, 친정엄마처럼 늘 다정하셨으니까요”라며 “제가 결혼을 해 며느리입장이 돼보니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두분이 함께 노력하셨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됐습니다”라고 지나온 어머니의 삶을 설명했다.
고부간의 갈등, ‘시금치도 시댁의 ‘시’자가 들어가 안먹는다’고 할 정도로 결혼한 주부들에게 시어머니와 시가는 아킬레스건과 같은 존재다.
이러한 상황속에 박 씨가 보여준 효심은 무엇인가 크게 드러나는 말과 행동은 아니었지만 순리를 따르고 매사 조심하는 공경의 자세로 주변에 모범이 되고 자녀들에게는 거울이 돼 훌륭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
평소 차분하고 이해심이 깊은 박 씨는 시어머니뿐만이 아니라 자녀들과 남편에게도 배려 깊은 엄마와 아내로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있다.
“얼마전 자궁암 수술을 받아 아직 몸이 안좋습니다”라며 불편한 안색을 내비치는 박 씨는 농촌에 살고 있는 우리내 어머니 누구나 그러하듯 오랜 농사로 허리 등이 성치 않아 힘겨워 보였다.
“시어머니가 아이들도 키워주시고 살림을 다해 주셔서 지금 이만큼이라도 살고 있지요”라며 지난세월의 정을 다시 되새기며 울먹이는 박 씨는 지난해 새로 지은 안락한 집에서 남은 황혼을 알차게 꾸려가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