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팔자 더 잘 타고나야

■ 백용인의 난(蘭)과의 만남 83 - 춘란의 살아남기 작전

2008-05-15     영광21
춘란을 재배하다 보면 어느 정도 밝기의 햇빛이 난에게 적당하며 얼마 동안 채광을 해야 하는가가 중요사항으로 대두된다.

우리나라는 태양의 밝기가 6월 정오를 기준으로 했을 때 10만~12만LUX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식물의 보상점으로 전광의 2%를 잡으니 대충 2,000LUX가 된다.

음지식물의 경우 200~1,000LUX정도이고 춘란은 반음지식물이기 때문에 1,000~2,000LUX가 보상점이 된다. 한편 광포화점은 음지식물의 경우는 전광의 10%인 1만LUX 정도이며 양지식물은 전광의 60% 이상인데 소나무의 경우는 8만LUX 이상도 된다.

춘란은 반음지식물이기 때문에 반음지식물의 최대치인 30%를 잡으면 3만LUX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춘란이 살 수 있는 최대의 밝기를 말하는 것이다. 또한 최소치는 1만LUX이기 때문에 온도만 높지 않다면 1만LUX까지는 광합성 량이 증가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최근에 일본에서 발표한 춘란재배의 밝기를 보면 1만2,000~1만3,000LUX로 여기에 그 근거를 둔 것으로 보인다.

난은 한번 뿌리를 내리면 그곳에서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 평생 살아가야 하는데 이에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죽게 된다.

나뭇가지가 그늘을 만들면 그늘에 견디는 방향으로 나가고 땡볕에 노출되면 최대로 버티다가 한계를 지나면 죽게 된다.

또한 가뭄에 견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며 장마기에는 과습에 대비해 비상수단을 쓰기도 한다. 자연환경은 최적의 상태가 아닌 최소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자생지에서는 처해진 환경에 따라 살아 갈 수밖에 없지만 난실에서는 환경을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

물과 비료를 필요한 만큼 충분히 줄 수 있고 햇빛도 가능한 범위에서 적절한 광도를 맞춰 줄 수 있다. 난실의 광도를 3단계로 구분해서 재배해 보자.

1단계는 1,000~2,000LUX에서 재배한다. 이는 신아가 나오는 시기로부터 잎장이 2개가 벌어져 어느 정도 성장한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이 때는 잎에 엽록소가 형성되는 시기로 잎의 엽록소 분열이 왕성해 개체내의 엽록소 수가 많아진다.

2단계는 5,000LUX 전후에서 재배한다. 무더위 전까지 단계로 신아가 한창 성장하고 잎의 모양을 결정 짓는 시기이다.

3단계는 8,000~1만3,000LUX에서 재배한다. 혹서기가 끝나고 겨울 전까지에 해당되며, 잎을 완성하는 시기이다. 강한 빛에 적응하기 위해 잎은 더 두껍게 변하고 빛을 많이 받으면 윤기가 나기도 한다.

왕성한 광합성 작용에 의해 신아가 잘 자라고 나면 다음 해에 튼튼한 신아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백 용 인<영광군농업기술센터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