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닿는 한 열심히 봉사하고 싶습니다”

▣ 옥당골칭찬릴레이 - 함숙희 군남면

2008-05-15     영광21
“저는 군남에 사는 김양순입니다. 저는 앞을 보지 못하는 노인으로 혼자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데 1주일에 두세번씩 찾아와 제 손과 발이 돼주고 있는 사람이 있어 연락드렸습니다.”

올해 70세된 김 씨에게서 걸려온 전화다. 시각장애인에다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한사람에게서 받은 고마움을 본사에 알리려는 그의 제보는 대상자를 만나지 않고도 활동을 가늠하게 했다.

어르신이 그토록 감사함을 느끼는 주인공을 찾아 나선 군남면 포천리. 외로움이 진하게 감도는 어둡고 침침한 방에서 어르신의 안부를 묻고 그를 보살피고 있는 함숙희(40)씨를 만날 수 있었다.

“할머니 식사는 하셨어. 이 음식은 다 변했구만 드시면 안되제.” 잔소리를 잔뜩 늘어놓으며 집안을 정리하는 모습이 딸처럼 살갑다.

함 씨는 홀로 지내는 노인의 안전확인과 주거, 영양, 건강상태점검에 필요한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독거노인생활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군남면 포천리 동월리 용암리 남창리 백양리 지역 어르신 30명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그들을 돌아가면서 찾아가 말벗이 되며 마음에 위안을 전하고 있다.

날마다 함 씨의 방문이 기다려진다는 올해 92세된 김귀녀 어르신은 “딸도 있고 아들도 있지만 다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볼 수도 없고 몸이 아파도 바로 찾아올 수 없는 상황이다”며 “막상 위급할 때는 멀리 있는 자식보다 먼저 달려와 도움을 주는 함 씨는 자식보다 더 귀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염산이 고향인 함 씨는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일찍이 남편을 만나 결혼한 그는 남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생활을 하며 지냈다. 그러던중 사업실패로 가정에 어려움이 찾아와 함 씨는 남편과 헤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얼마후 그는 남편을 다시 만나 아이들을 키우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후 어느 정도 가정에 안정이 찾아오자 독거노인생활지도사를 하기전 1년6개월 동안 장애아동을 돌보는 장애통합보조인 활동을 했다.

“제가 조금 부지런히 움직여 여러 어르신들에게 위안이 된다면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라며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을 표시하는 함 씨는 “저를 비롯한 동료 독거노인생활지도사들은 돈을 번다는 생각으로는 이일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부모 같은 안쓰러운 마음과 배려하는 마음 없이는 말입니다”라고 마음가짐을 밝혔다.

몸은 병들고 배우자와 자식들은 저세상과 객지로 떠나 홀로 남은 노인들을 찾아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실이 담긴 마음의 정을 전달하는 함 씨는 지역 30여명의 어르신들의 딸 또는 며느리가 돼 오늘도 부지런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