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업체 탐방 220 군남식당

26년 서민 삶과 애환 깃들인 ‘중화요리집’

2008-06-19     영광21
“아짐 여기 자장면 하나 해주쇼.” “오늘부터 콩국수 된다고 해서 영광에서 여기까지 왔어요.” “워메 손님이 많은디 볶음밥 하나 될까라우.”

점심시간을 맞아 사람들이 밀려드는 이곳은 군남면 포천리에 위치한 군남식당(대표 정복심 ). 오래된 허름한 건물에 조그마한 방 하나 그리고 몇안되는 테이블이 놓여진 홀이 고작인 이곳은 연일 손님이 넘쳐나고 있다.

가장 흔하면서도 강하게 지역을 어필한 식당이름을 보면 일반적인 음식점을 연상하게 하지만 이곳은 중화요리집으로 변함없는 맛과 정을 전달하며 26년간 군남면을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즐겁게 찾아와 맛있게 드시고 가세요”
광주가 고향인 정복심 대표는 미혼시절 형과 중화요리집을 운영하던 남편 박인기씨와 결혼해 광주에서 살았다. 결혼후 형이 운영했던 가게를 도맡아 운영하던 정 대표의 남편은 고향인 군남으로 갈 것을 희망했고 그렇게 남편을 따라 나선 세월이 어느덧 강산이 두번 변하고도 다시한번을 돌고 있다.

“원래 남편이 요리사인데 제가 그 기술을 배워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라며 비공식(?) 요리사임을 고백하는 정 대표. 그는 “저는 뭐 특별한 것은 없어요. 중화요리에 많이 사용하는 기름을 적게 사용하고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며 집에서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바로바로 요리할 뿐입니다”라며 “그리고 무엇보다 면을 뽑는 밀가루부터 요리에 사용되는 모든 재료를 최고 좋은 것으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라고 자신의 비법을 설명했다.

여름별미 콩국수 시작!
자장면, 짬뽕, 볶음밥 세가지 메뉴만 가능하고 그나마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볶음밥은 손님이 많을 때면 주문을 거절하는 이곳은 점심시간에만 문을 열어 운영하고 있다. 이곳이 이렇게 배짱 아닌 배짱을 부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 대표와 남편 단 둘이 요리에서부터 홀서빙, 배달까지 하기 때문. 그리고 이곳은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즉시 요리를 하기 때문에 음식 맛이 더욱 좋다.

기교를 부려 잘 차려진 음식은 아니지만 어깨너머로 배운 정 대표의 정성을 다한 맛은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져 군남지역은 물론이고 영광 백수 염산 불갑 등에서도 손님이 찾아오고 함평, 고창 그리고 광주에서까지 손님이 방문한다고.

이곳은 지난 16일부터 여름메뉴인 콩물국수를 시작했다. 콩물국수에 주원료인 콩 또한 수입콩이 아닌 군남지역에서 생산된 콩을 사용하고 매년 가을이면 다음해 사용할 콩을 지역농가에서 미리 사놓으며 콩이 떨어지는 날이 콩물국수가 끝나는 날이다.

“순찰근무중 지나는 길에 가끔 이곳에 들려 점심을 먹는다”는 영광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겉으로 보기에는 초라하고 볼품없지만 맛만큼은 최고이며 특히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들에게는 제격이다”고 호평했다.

예나 지금이나 자장면은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즐기는 음식이다. 국민 대표음식인 자장면, 짬뽕, 볶음밥 그리고 여름별미인 콩물국수까지 이곳은 가장 서민적이면서도 저렴한 음식을 맛있게 제공하는 중화요리집으로 주민을 만나고 있다.

“읍내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는 음식 값을 모두 올렸는데 저희는 아직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고작 500원 올려 받는 것이 뭐 그리 어렵냐고 하지만 손님입장에서는 몇푼이라도 저렴하면 기분 좋은 것 아닌가요”라며 허리굽은 어르신이 찾아와 주문한 콩물국수를 만들기 위해 주방으로 향하는 정 대표는 이익보다는 나눔을, 욕심보다는 배려를 실천하며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서려있는 터를 소중하게 지켜가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