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똑같이 살았을 뿐입니다”
▣ 옥당골칭찬릴레이 - 이경희 법성면
2008-06-26 박은정
‘부모님 살아생전 효를 다하라’라고는 하지만 자식들 대부분은 이를 지키지 못하고 늦은 후회를 하며 산다. 법성항을 가기 전 즐비한 굴비상가들 사이에서 만난 이경희(49)씨.
여느 주부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모습으로 남편을 도와 굴비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 씨는 24세 되던 해 결혼해 슬하에 5녀를 두고 있다.
3남4녀의 큰며느리로 시집온 그는 결혼해서지금까지 시부모는 물론 시동생 시누이까지 함께 돌보며 맡겨진 삶에 최선을 다해 살고 있어 헌신적인 희생의 빛이 주변에 잔잔하게 비추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이 서로 부모를 모시려하지 않으려는 상황속에 부모를 모시고 산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게다가 시아버지 병수발을 수년간 하면서도 싫은 내색없이 정성을 다하고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에도 부족함이 없으니 당연히 예쁘지요.” 그를 아는 사람들의 칭송의 목소리다.
이 씨는 중풍으로 쓰러진 시아버지를 지난해 사망하기전 7년동안 대소변을 받아내며 수발했고 홀로 남은 시어머니를 친딸처럼 봉양하고 있다. 또 주류사업을 하던 남편이 사업의 실패로 가정이 곤경에 빠지는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알뜰한 절약정신과 강인한 생활력으로 위기를 극복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렇게 효를 다하고 검소한 생활로 모범을 보인 이 씨는 지난 5월8일 제36회 어버이날을 맞아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결혼해 시부모를 모시고 시동기간에 우애하며 사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요. 저도 사람인지라 항상 잘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어른을 먼저 공경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도리를 다했을 뿐입니다.”
이웃들의 칭찬이 못내 부끄러운 이 씨는 자식 뒷바라지가 아직도 멀기만하다.
“저도 1남6녀중 큰딸로 태어났습니다. 그 어려웠던 시절 저희 시부모님이나 친정 부모님께서도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겠습니까. ‘부모에게 할 효의 절반을 자식에게 한다’는 말처럼 내가 낳은 자식도 여력 닿는 데까지 열심히 뒷바라지 해야죠.”
여자의 일생 아니 어머니의 일생이 이런 것인가 보다. 한 남자를 만나 결혼해 그 부모와 형제들을 챙기고 자식을 낳아 기르며 평생을 희생하며 사는 것.
하지만 요즘 신세대 부부들은 조금만 안 맞고 불편해도 이별을 선언하고 서로 남남이 된다. 이런 각박하고 변질된 세태속에 이 씨가 보여준 미덕은 그래서 더 값지고 더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