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 못해드린 것만 남아있습니다”
⊙ 옥당골칭찬릴레이 - 김순단 군서면
2008-07-11 박은정
군서면 송학리 덕동마을에 살고 있는 김순단(54)씨도 마음 넓고 따뜻한 사람으로 주변을 환하게 비추며 아름답게 일상을 채우고 있다.
백수 양성리에서 5남5녀의 막내로 태어난 김 씨는 3남1녀의 둘째 며느리로 시집와 홀시어머니를 23년간 봉양했다. 특히 어려운 가정형편을 돕기 위해 미용실을 운영하는 가운데서도 10년간 거동을 못하다 2년전 사망한 시어머니가 세상 떠나기 전 3년간은 대소변을 받아내는 어려움속에서도 극진한 효를 다해 주변에서 칭송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김 씨의 효심은 마을주민은 물론이고 미용실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까지 알려져 몇해전 영광향교에서 수상하는 효부상을 받았고 지난 5월8일 어버이날에는 도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김 씨는 대통령상을 받아야 할 사람입니다. 대소변을 온방에 묻히고 밤이면 소리를 지르며 제대로 잠도 못자게 하는 시어머니를 돌아가시기 전까지 하루도 싫은 내색없이 모시기가 어디 쉽나요. 그것도 미용실에서 손님 받을랴, 시골에 오가며 농사일 도울랴, 자식기를랴 말입니다.” 김 씨가 운영하는 미용실 주변 사람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슬하에 1남2녀의 자녀를 둔 김 씨는 영광읍에서 미용실을 경영하며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농사와 양계장을 운영하는 남편이 머무르고 있는 군서를 오가는 두집 살림을 수년간 하면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시어머니를 가까이에서 보살피기 위해 그는 미용실에 딸린 방에서 함께 기거하면서 10여년을 살았던 것.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다소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이제 돌아가시고 안계시니 못해드린 것만 자꾸 생각납니다”라며 눈시울을 적시는 김 씨는 “자식된 도리로 제가 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할 것 같았는데 오히려 살아계실 때보다 아무 것도 하기 싫은 것을 보면 이것이 세상이치인가 봅니다”라고 시어머니가 떠난 빈자리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또 “저도 저지만 우리 아이들도 대단해요. 지금은 대학졸업후 모두 객지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만 예전 이곳에서 학교 다닐 때는 할머니의 대변을 치우고 있는 옆에서도 밥을 먹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했으니까요”라며 자녀들을 소개했다.
“마음이 심란하고 어수선할 때 마을 가까이 모신 시어머니 납골묘를 찾아 마음의 위안을 삼는다”는 김 씨. 주변을 보살피는 배려심을 타고난 그는 자녀들의 훌륭한 거울이 돼 변함없이 부지런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