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농협, 투자자에서 운영자로 변신
장례식장 사업자 ‘영광농협’으로 명의변경 신청
2008-07-24 김세환
영광농협(조합장 박준화)이 투자자의 범위마저 벗어던지고 장례식장업의 운영주체로 전면에 나설 방침이어서 관련 업계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 가운데 농협 본연의 역할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영광농협이 조합원 환원사업 일환으로 지난 5월 이사회에서 민간인이 시공하던 영광읍의 모 장례식장에 지분 50%인 9억원 출자를 결정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농협의 장제사업은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농촌지역의 특성상 농협 지도사업의 영역중 한 축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민간부문이 장제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활성화되며 자리를 잡자 지금은 농협의 장제사업 비중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영광농협도 한때 차량까지 보유했다 매각하고 가장 최근까지 장제사업을 운영하던 A농협도 지난 2005년 사업영역을 없앤 상황이다.
그런데 올해 영광농협의 사업계획에서 논의도 없던 장제사업이 지난 5월 열린 이사회에서 민간이 준비하던 장례식장에 지분 50%인 9억원 출자를 의결하면서 장례식장업계 판도변화를 예고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관련업계는 직접적인 이해타산과 생존권이 걸려 있고, 지역사회와 농민들에게는 그렇지 않아도 포화상태인 장례식장업에 본연의 역할인 유통활성화와 경제•지도사업 등에 보다 집중해야 할 농협이 기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중견기업이 구멍가게를 상대로 한 땅 따먹기식 사업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홍농읍 김 모씨는 “특정주체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덩치와 위상에 맞는 일을 해야지 초등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등학생이 하면서 그 일을 자랑한다면 사람들이 비웃을 것은 뻔한 일”이라며 “포장은 조합원에 대한 환원사업이라지만 손쉽게 이윤을 얻겠다는 경영마인드가 핵심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영광농협의 장례식장업 출자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이론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영광농협 모 인사는 “이사회에서 출자를 결정했지만 운영과정에서 잘못이 나타나 혹여나 농협이라는 이미지에 가해질 위상 추락, 당초 약속대로 조합원들에게 할인을 해주면 다른 장례식장도 가격경쟁을 벌이고 결국은 장례식장 상권이 혼탁해지는 양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런 상황에서 농협장례식장과 관련해 논란이 확산되자 영광농협은 23일 사업자 운영주체를 민간인 사업자에서 아예 법인명의로 등록변경을 신청, 사업 전면에 나설 예정이다. 투자자에서 한순간 운영자의 지위로 탈바꿈한 것이다. 영광농협의 이 같은 출자 및 운영자로서의 전면 등장을 두고 의사결정 과정이 잘못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장례식장 업계와 언론사 등에 익명으로 배달된 투서 및 농협 주변 인사들은 “농협법과 영광농협 정관 등에 의하면 업무용부동산 취득과 관련된 총액 3억원 이상의 예산 추가편성 또는 3억원 이상의 업무용부동산 취득예산의 용도조정에 관한 사항은 반드시 총회의결을 얻도록 돼 있다”며
“업무용부동산은 아닐지라도 이보다 훨씬 큰 자산을 투자한다면 관련 규정을 엄격히 해석해 의사결정의 신속성보다는 과정이 더 철저한 것이 중요할텐데 사업자 명의변경 등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광농협은 “이 내용은 고정자산이 아니라 임차부분이기 때문에 총회의결을 거칠 사항이 아니고 이사회만의 의결로도 가능하며 농협중앙회 지역본부에 유권해석을 받아서 문제될 것 없다”고 해명했다.
수년째 숙원사업 우선순위이던 청사신축은 부지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사업을 백지화시키며 사업계획에도 없던 장례식장업에 진출한다는 영광농협의 결정에 조합원과 지역사회가 어떤 평가를 내릴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