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여, 올림픽에서 배워라

2008-08-22     영광21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을 슬로건으로 내건 베이징 올림픽의 개막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종반으로 접어들었다. 13억 중국인들이 100년을 기다려 왔다는 꿈이 장엄한 서사시처럼 펼쳐지고 있다.
개막식에는 올림픽 역사상 유례없는 100여명의 국가 정상들이 대거 참석해 세계의 중심으로 향하는 중국의 위상을 가늠케 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화합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남북한 동시 입장이 끝내 무산돼 아쉬운 가운데 우리나라가 177번째로, 북한은 182번째로 입장하였다.
중국은 올림픽 기간에 2천 여회의 갖가지 공연과 전시회를 여는 등 문화 올림픽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두고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하고 기습시위가 벌어지면서 안전올림픽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3월 티베트 유혈사태에 이어 성화 봉송 저지 소동, 5월의 쓰촨성 대지진 등 악재가 끊이지 않은 터여서 중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을 올림픽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중국 안에서도 또다른 세계와 꿈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를 구호로 내건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우정을 나누고 평화를 기리는 화합의 장이다. 테러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고 용납되어서도 안 된다. 중국 정부도 안전 올림픽을 언론 통제나 인권 탄압의 빌미로 삼아서는 안 된다. ‘화해와 평화’라는 올림픽 본연의 가치가 무엇보다 먼저 추구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올림픽에 금메달 10개, 세계 10강 진입이라는 이른바 ‘텐-텐’ 전략을 세우고 참가했다. 하지만 국민을 하나 되게 하고 또 행복에 젖게 하는 것은 전략에 의한 성과가 아니다. 승패를 떠나 선전하는 선수들의 열정과 투혼에 열광하는 것이다. 금메달의 영광을 안은 선수들이나 패배의 좌절을 맛본 선수들이나 모두 참된 용기와 투혼을 보여주는 모습에서 감동하는 것이다. 경제난에 대한 시름과 사회적 갈등을 초월할 수 있도록 하여준 최고의 청량제와 활력소였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보여주고 있는 태극전사들의 아름다운 투혼이 온 국민에게 잇따른 감동과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금빛 물살을 가른 박태환, 세계를 번쩍 들어 올린 장미란, 환상적인 스매싱의 배드민턴 혼합복식, 미국 일본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든 야구 등 선수들의 빛나는 투혼은 우리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는 드라마였다. 어느 종목이라고 딱히 꼽을 것 없이 모두 아름답지만 특히 ‘우생순’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놀라운 투혼은 진하디 진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정정당당히 기량을 겨룬 뒤 깨끗이 승복하는 것이 바로 올림픽이 구현하는 스포츠 정신이다.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가 스포츠의 세계처럼 당당하게 기쁨과 행복을 안겨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국민들이 많다.
갈 길을 잃고 헤매는 딱한 정치권이여!
말로만 외치는 ‘나라와 국민을 위하여’라는 공염불은 그만 두고,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국민들이 진정으로 무엇에 기뻐하고 행복해 하는 지를 제대로 배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