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굴비 위기에 빠졌다
굴비연구소설립·특품사업단 역할 강화 필요
2002-11-07 김광훈
지난 9월9일 추석을 앞두고 농수산 TV 홈쇼핑에서 값싼 중국산 부세를 법성포 굴비가공업자에게 부탁해 염장가공 후 영광굴비로 속여 판매한 사건이 현수막을 내걸게 한 주 요인이었다.
영광굴비특품사업단 관계자는 “지난 낙안읍성 음식축제 때 소비자의 90%정도가 진짜 영광굴비냐고 물을 정도로 의구심을 표시했다”며 사건의 여파가 작지 않음을 말했다. 또한“대목 빼놓고 비수기 땐 파리만 날린다”는 한 업자의 말처럼 법성포굴비업자들의 위기감도 작지 않았다.
하지만 그 위기감은 단지 하나의 사건이 가져다 준 문제가 아닌 좀더 본질적이고 이미 상당히 진행 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영광굴비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통계 및 분석자료가 극히 미비해 굴비가공업자들 및 관련 종사자들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 현 황
현재 영광에는 약 250여곳의 굴비가공업체가 있다. 법성포에만 220여곳이 몰려있고 영광읍에 30여곳이있다. 또한 영광굴비특품사업단에 가입돼 있는 회원사는 현재 201개 업체다. 한해 영광법성포굴비 총 생산량은 12,000톤에 이르며 매출액은 1700억~1800억원 정도(특품사업단 추정치)로 추정된다.
법성포 조기잡이 어선은 한중어업협정 후 10척에서 7척 감축된 3척만이 남았다. 전통가공제품으로는 마른굴비, 냉동굴비, 고추장굴비, 통보리굴비 등이 있으며 특허 및 출원중에 있는 제품으로는 갈아만든 고추장굴비, 황토굴비, 솔잎굴비, 허브굴비, 구운굴비, 녹차굴비 등이 있다.
■ 문제점
▶영광 이외의 지역에서 만든 굴비들이 대량 유통되고 가짜 영광굴비로 판매되는 점
“가까운 담양, 광주 양동시장만해도 중국산 조기로 굴비가 대량으로 가공돼 판매되고 있으 며 이는 전국적인 상황이다”, “분당에 있는 삼성홈프러스에 가보니 가락동에서 만든 참굴비가 버젓이 진열돼 있더라”, “외부상인들이 만든 굴비가 영광굴비로 둔갑돼 팔리고 있는 양도 상당하다”는 굴비업자들의 말은 영광법성포굴비가 외부의 경쟁자들에 의해 입지가 점점 좁아지며 가짜로 인한 영광굴비의 이미지 실추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영광굴비산업의 발전정책을 제시.추동해줄 수 있는 기구가 없거나 역할부족
“특품사업단이 존재하지만 실제 역할은 미비하다”, “이웃 고창군만 해도 복분자술연구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크기, 무게, 가격 등이 업자들마다 제 각각이며 같은 크기가 두배 차이나는 경우도 있다”는 업자들의 말은 현재 영광굴비산업에 대한 중심이 없음을 보여준다. 특히 특품사업단과 영광군의 경우 제대로 된 통계 자료하나 없는 상황은 굴비산업의 현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개별굴비생산업자(특히 영세업자)가 갖는 역량부족 및 개별화
“작은업체의 경우 정보 자금 인력 마케팅력 모든 것이 부족하다”, “대형매장의 경우 외부중간상인들을 거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형업체들만 살아 남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는 말처럼 영세업체의 경우 그 위기감은 더했다. 좀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판매방식 모색과 개별업체의 각개 약진이 아닌 공동대응의 필요성이 더욱 요구된다.
▶대형 업체들에 의한 판매망 독점
“비수기 때 판매망을 확보하려 해도 큰 업체의 저가공세에 발을 뺄 수밖에 없다”, “200여 상가 중 90%가 법성포 전체매출의 10%도 못 미친다”, “작년 우리 업체 매출은 100억원대 이므로 작은 업체와 단순비교는 어렵다”는 이의 말처럼 판매망이 대형업체에 치우쳐 있다. 이런 모순은 특별한 대책이 서지 않는 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 대 안
▶(가칭)굴비연구소설립․특품사업단 역할강화
영광굴비산업이 내외부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으나 그에 대한 대응은 미진하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영세업자들은 존폐의 문제에 직면할 추세로 보인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영광굴비산업의 중․장기적 목표설정과 굴비업계의 단합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굴비연구소설립과 현 특품사업단에 실질적 역할과 권한이 주어져야한다. 또한 (가칭)굴비연구소에서 만든 신제품은 모든 회원사들의 공동재산으로 하는 등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주위 관광지와 연계한 관광상품화
서해안고속도로 개통과 백제불교최초도래지, 백수해안도로 및 함폄해수찜 등 주변관광지와 연계한 법성포굴비의 관광상품화가 필요로 된다. 특품사업단내의 ‘굴비전시관’을 내실있게 재정비(군비 8천만원 책정됨)해야 하며 이와 연계해 법성해안가에 관광버스주차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또한 전국에 있는 관광업계, 관광객들을 상대로 홍보력을 높이고 찾아온 관광객에 대한 판매주체를 특품사업단 등으로 한정해 실수익이 모든 업자들에게 공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통단계 최소화.소비자 직거래 활성화
‘고생은 생산자들이 하고 이익은 중간상인들 몫이다’라는 말이 영광굴비업계에도 그대로 통용되고 있다. 중간상인들은 가급적 배제하고 특품사업단 등의 역할확대를 통한 공동 유통망 확대로 개별업자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또한 현재 조성되고 있는 ‘영광굴비정보화마을’사업을 적극 활용해 소비자와의 직거래 활성화로 도소매 이익을 되찾아와야 한다.
▶신제품개발 및 공유화.지명적 제품명 특허화
선조들이 물려준 굴비맛을 이어가는 것 못지않게 신세대 입맛에 맞고 먹기 간편한 제품과 건강기능성을 첨가한 제품개발로 다른 지역보다 한걸음 앞서 나가야 한다. 그리고 개발자의 프리미엄은 인정하되 업자들간 공유구조를 만들어 선조들 유산을 몇몇이 독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칭)굴비연구소가 이러한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섬으로써 독점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영광굴비’, ‘영광법성포굴비’ 라는 지리적 명칭을 특허화해 다른 지역업자들로부터 지적 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
▶세계 시장에 눈을 돌리자
‘한민족 네트워크’로 불리는 해외동포망과 저장 및 운송기술의 발전으로 세계시장개척을 위한 객관적 여건은 이미 형성돼 있다. 굴비연구소에서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각종 국제규모의 행사 참여, 동포가 많고 식습관이 비슷한 일본을 시험시장화 해 진출한다면 앞서 김치, 불고기, 전주비빔밥에 이어 세계속의 한국음식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문제는 영광굴비업자들의 단합과 의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