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의 명절 추석 맞는 영광의 외국인 이웃
“우리도 고향으로 가 그리운 가족을 만나고 싶습니다”
2008-09-11 영광21
우리지역에서도 이국땅에서 명절을 보내면서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모임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들이 그리워하는 고향과 가족을 대신하기에는 역부족.
올해는 다행히도 연휴기간이 짧아 외국노동자들은 일터에서 벗어나 홀로 남겨진 시간이 줄고 외국에서 시집온 이주여성들은 낯설기만 한 가족들과의 부대낌이 줄겠지만 마음 한켠의 외로움은 감출 수 없을 것이다. 고유의 명절 추석을 맞아 외국인들의 모습을 담아 본다. / 편집자 주
“부모님 신랑 그리고 두아들이랑 보내요”
레티우웬씨 / 베트남
지난 8월25일 둘째아들을 출산하고 몸조리 중인 레티우웬(23)씨. 염산면 신성리에 살고 있는 그는 아직 붓기가 덜 빠진 모습이지만 밝고 환한 얼굴이 앳되고 곱다.
베트남 호치시민에서 시집온 레티우웬씨는 이제 돌을 막 넘긴 첫째아들과 연년생으로 둘째아들을 출산해 두아이의 엄마가 됐다. 그는 얼마전까지 농사를 짓는 시부모와 생활하다 분가해 남편과 오붓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처음에 시집와서는 말도 안통하고 시부모님이 시키는 일을 이해 못해 많이 힘들었어요. 그리고 남편이 심장병을 앓고 있어 꾸준히 일을 하지 못해 어려웠지만 지금은 영광에 있는 직장에 출근해 행복해요”라고 만족을 표시했다.
큰 딸인 레티우웬씨는 고향에 40대 초반의 부모와 두명의 동생이 있다.
“추석이면 남편 형제들과 친척들이 모여 지내요”라며 아직 한국명절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레티우웬씨는 아직 몸조리중이라 나서서 명절준비를 하지는 못하지만 조금씩 시어머니를 도우며 낯설은 한국의 명절을 맞이하고 있다.
“오랜만에 고향 가족 친구 만나 지낼래요”
코스만도씨 / 인도네시아
2005년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으로 와 직장생활을 하며 생활하고 있는 코스만도(34)씨.
“집안형편이 어려워 가족과 부모님을 뒤로 한채 누나와 형, 친구들과 지난 2005년에 낯설고 문화가 전혀 다른 한국으로 오게 됐다”고 밝힌 코스만도씨.
코스만도씨는 “한국에서 음식으로 인한 어려움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어려움은 없지만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한 점이 늘 미안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한국에 추석과 설 명절이 있듯이 인도네시아에도 각 지역마다 다르게 명절풍습이 있고 한달간 금식을 통해 스스로를 절제하고 산을 통해 헌신하는 <르바란>이라는 기간이 있다”며 “기간이 끝나고 나면 온 가족이 한데 모여 조상의 산소를 찾아 성묘도 하고 인도네시아 최고음식인 쇠고기와 닭고기를 먹으며 덕담도 나누며 안부를 묻는 풍습이 있다”고 말했다.
코스만도씨는 “이번 추석명절에는 누나와 형을 비롯한 친구들이 있는 경기도로 가 오랜만에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어렵게 얻은 행복 잘 지키고 싶습니다”
창드만 올지토야씨 / 몽 골
지난 5년전 몽골에서 시집온 창드만 올지 토야(30)씨. 염산면 봉남리에 사는 그를 만나기 위해 방문한 집이 반짝반짝 윤기가 난다.
깔끔한 집안분위기 만으로도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창드만 올지토야씨는 5살박이 딸을 데리고 1남1녀의 자녀가 있는 남편을 만나 행복을 소중히 여기며 한국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재혼해 낳은 4살된 아들까지 2남2녀의 자녀를 둔 창드만 올지토야씨는 “처음에 한국에 와서는 음식 만드는 것부터 여러가지 낯설은 환경과 사춘기를 맞은 남편의 아이들과 적응하는 것 등으로 힘들었지만 지금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잘살고 있다”며 “남편이 워낙 농사를 많이 짓는 탓에 다른 일할 시간이 없지만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하고 지내는 생활이 행복하다”고 전했다.
“몽골은 한국처럼 차례를 지내지는 않지만 2월이면 가족이 모여 음식을 나누는 설날과 같은 명절이 있고 농사가 끝난 9월에도 농사짓는 사람들이 잔치를 열며 한해 농사의 피로를 푼다”고 밝혔다.
남편을 따라 동서인 형님을 ‘형수’라고 부르는 모습이 애교스럽다.
“중국에도 한국과 같은 풍습으로 명절 보내요”
김규숙씨 / 중국
지난 2007년 중국 흑룡강에서 한국으로 와 직업소개소를 통해 가사도우미, 농촌일손돕기 등을 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조선족 김규숙(63)씨.
김규숙씨는 “부모님이 그토록 그리던 고국 한국 땅에 와 기쁘지만 두고 온 자녀들이 자꾸만 눈에 밟히고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늘 죄송스런 마음이다”고 전했다.
그는 “흑룡강에서도 한국처럼 매년 추석명절이 되면 조상님들의 묘를 벌초하고 한국과 비슷한 음식으로 제사를 지내며 널뛰기 등의 놀이도 하면서 온가족이 모여 송편도 빚고 음식을 나눠먹으며 덕담을 전하는 등 모든 미풍양속이 한국과 똑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맞는 두번째 추석명절에 지난해 한국으로 시집와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동생 내외와 같이 보낼 계획이다”며 “비록 몸은 한국에 있지만 마음은 늘 흑룡강에 있는 자녀들을 생각하고 있으며 올 추석에도 중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자녀들과 손자들 모두 아무 탈없이 건강하게 지내길 기원하면서 한국국민 모두 하는 일마다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