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담겨진 꽃 아끼고 사랑해야”
송병산 <불갑면>
2008-10-02 박은정
잎과 꽃이 서로 만날 수 없는 생태적 특징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또는 ‘상사병’에 비유되는 상사화.
“상사화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번만 오작교에서 만날 수 있다는 음력 7월7일경 만개합니다. 또 상사화가 피면 장마철도 아닌데 때 아닌 폭우가 내리며 사연의 그리움을 슬퍼하고 옛부터 상사화는 대문 안쪽이나 장독대 주변에 은밀히 심어져 수줍은 자태를 뽐내며 감춰진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불갑에서 나고 자라 유난히 상사화 사랑이 깊은 송병산(64)씨도 꽃잎이 가을바람에 하나둘 지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회상에 젖는다.
“얼마전까지 만개했던 꽃은 상사화와 같은 품종이기는 하지만 원래는 석산화 또는 꽃무릇이라고 불리는 꽃이지요. 워낙 자생능력과 번식이 좋아 빠르게 주변에 분포돼 장관을 이루며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예전에는 돌 ‘석’ 뫼 ‘산’이란 이름처럼 돌이 많은 산속 깊은 곳이나 비탈진 곳에 피어 사람이 접근하면 위험하다고 대접을 받지 못하던 꽃입니다.”
금계리에서 조경사업을 오랫동안 하고 있는 송 씨는 꽃, 나무 등에 유달리 관심이 많다. 특히 잘못 알려진 상사화의 유래, 품종 등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특히 상사화보존과 보급에 앞장서 지난 2005년 불갑면민의 날에는 감사패를 수상하기도 했다.
“흔히 백양꽃과 상사화를 혼동하는데 상사화는 연분홍색으로 꽃을 피우고 백양꽃은 노랑 또는 붉은색으로 핀다”고 상사화에 대해 덧붙여 설명하는 송 씨. 그는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10여년전부터 무궁화를 심어온 그는 지난 8월15일 광복절을 맞아 본인의 농장 주변 80m의 거리에 무궁화가 만개해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끌기도.
80여년전에 선조가 심어 얼마전까지 자라다 고사한 무궁화의 씨를 채취해 묘목을 기르고 있는 송 씨는 “무궁화는 우리나라국화임에도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일편단심과 은근, 끈기가 꽃말인 무궁화는 바탕이 희고 중심부에 붉은 무늬가 들어간 무궁화가 우리나라 표준국화다”고 밝혔다.
“요즘 만개한 꽃이 진짜 상사화는 아니지만 내 고향 불갑에 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니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하지만 상사화 본래의 모습과 의미를 지키는 것도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송 씨. 그는 ‘우리 꽃’ ‘우리나라’ ‘우리지역’을 소중히 여기며 아끼고 사랑할 것을 약속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