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치매 앓는 어머니 오래만 사세요”

김정복 <영광읍>

2008-10-09     박은정
“아무리 딸이라도 어머니를 저렇게 잘 모실 수는 없지. 암 그렇고 말고. 더군다나 친정 엄마는 더 모시기가 힘든 것이고….”
마실 나온 마을 아주머니들의 칭찬의 목소리 뒤로 “왜들 그려.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것을 당연한 것이고 내가 한 것이 뭐가 있다고…”라며 발그레 상기된 얼굴로 부끄러움을 내비치는 김정복(63)씨.

가을의 높은 하늘처럼 맑은 미소를 머금은 그는 치매에 걸려 어린아이가 돼버린 83세된 친정어머니를 정성을 다해 수발하고 있다.
김 씨는 결혼해 서울 부산 등지에 살다 지난 1990년 고향인 영광으로 내려왔다. 태를 묻은 무령리에 살고 있는 그는 슬하에 남매는 모두 출가했고 지난해 남편이 세상을 떠나 지금은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1남1녀중 둘째딸로 태어난 김 씨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해 병치레를 많이 했습니다. 또 결혼해서도 병, 사고 등으로 어머니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요. 평생 받기만 했던 어머니의 사랑을 이젠 제가 최선을 다해 돌려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웃음도 많고 사람들을 무척 좋아해 정이 넘치셨던 분인데 이렇게 몸이 아파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만 합니다”라고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밝혔다.

6년전부터 치매를 알아온 김 씨의 어머니는 최근에는 병세가 더 악화돼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녀들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 틈만 나면 문밖으로 나가 길을 잃고 잠시도 눈을 땔 수 없는 돌발적인 행동을 일삼는 어머니의 수발로 김 씨는 개인적인 일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

이런 어머니를 주변에서는 요양시설에 맡기라고 권유하지만 김 씨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당연한 몫으로 여기며 불평불만없이 최선을 다해 주변을 감동시키고 있다. 어머니의 건강을 생각한 영양식부터 기저귀를 써야하는 상황이지만 어머니가 불편할까봐 사용하지 않고 손수 뒷처리를 하는 등 철저한 위생관리까지 어머니를 위한 정성이 대단하다.

“우리 어머니는 오래 사실 것입니다. 드시는 것도 잘 드시고 무엇보다 마음이 밝으시기 때문입니다. ‘예쁜 치매’를 앓는 우리 어머니가 이렇게 귀여운 모습으로 제 옆에만 오래 계시면 저는 행복합니다”라고 어머니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밝히는 김 씨는 말만 들어도 고달픔이 넘치는 일상을 긍정적인 희망으로 승화시키고 있었다.

“어린시절부터 고아원을 하고 싶었다”는 김 씨는 어진 성품을 지닌 부모를 닮아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어머니를 정갈하게 모시며 깊은 효심으로 못 이룬 꿈을 대신하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