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며 사는 삶이 보람된 인생”

조갑선 / 염산면

2008-10-16     박은정
가을걷이가 한창인 농촌은 넉넉한 풍요로움이 넘치고 있다. 염산면 옥실리 괴머리마을, 많지 않은 집들이 옹기종기 의지한 모습이 편안해 보이는 이곳은 전형적인 산골마을로 조용했다.

집을 찾아오는 기자를 위해 길가로 마중 나온 조갑선(54)씨. 둥글둥글 건강한 체격에 반갑게 웃는 모습이 밝은 첫인상으로 다가오는 그는 10년째 이 마을에 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신체에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이는 조 씨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를 갖고 있다. 30년전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시력이 점점 나빠진 조 씨는 멀리 있는 것은 조금씩 보이지만 가까이 있는 것은 거의 볼 수가 없는 상태.

함평 월야가 고향인 그는 서울에서 버스운전, 가구공장 등에서 일하다 친구의 소개로 이곳에 터를 잡아 살고 있다. 같은 직장에서 만난 아내와 7,000여평의 농사를 지으며 농사꾼이 된 조 씨는 앞을 잘 못 보는 상황속에서도 마을일에 앞장서 참여하고 연로해 힘든 일을 할 수 없는 마을어르신들을 내 부모 모시듯 섬기며 도와 칭찬이 자자하다.

노인회장을 맡고 있는 김희범 어르신은 “객지에서 이사와 몸도 성치않은 상황속에도 마을과 우리 노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고맙기가 그지없다”며 “무엇이든 나누려는 조 씨의 집은 항상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마을사랑방으로 통한다”고 밝혔다.

고양이가 엎드려 있는 모습 같다해 괴머리마을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내묘마을이라고도 하며 9가구가 살고 있다. 70대 노인들이 대부분인 마을에서 젊은이 축에 드는 조 씨는 눈이 잘 안보이지만 어림잡은 감각으로 본인의 농사도 짓고 무거운 것을 들 수 없는 어르신들의 추수한 농작물을 경운기를 이용해 운반해 주는 등 건강한 사람들도 하기 어려운 일을 나서 척척 해내고 있다. 또 전혀 개발이 안됐던 마을도로 포장에 발벗고 나서 마을안길을 말끔하게 정비했다.

매일 아침일과로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의 집을 일일이 방문해 안부를 살피고 있는 조 씨. 그는 “건강하면 이웃을 위해 더욱 잘할 수 있겠지만 남을 돌아보는 것은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건강이 좋지 않아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내려와 마을 어르신들의 도움과 격려가 없었다면 오늘의 안정이 있을 수 없었고 그나마 안 보이는 것을 제외하고는 몸이 건강해 이웃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감사하다”고 전했다.
조 씨는 눈이 안보여 아내를 동반하지 않으면 멀리 나갈 수 없는 처지이지만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유일하게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마을을 정성을 다해 보살피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