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푸는 열쇠는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인 처방

2008-10-23     영광21
미국을 필두로 한 세계 각국이 폭삭 주저앉기 일보 직전의 금융시장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지만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날마다 광란하고 있다. 여러가지 처방전을 내놓고는 있지만 오히려 불안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특히 달러 부족현상으로 연일 환율이 요동치자 외환위기 재발을 걱정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여기에는 우리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요인도 있고, 우리 내부에서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이것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나온 사실상 첫 종합대책으로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막혀 있는 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이른바 신용경색을 풀어보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대규모 펀드 인출사태 만큼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잠재적인 주가 불안요인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대책 발표후 첫날 환율은 떨어지고 주가는 올랐다. 불안이 일단 진정되는 기미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은행들이 해외시장에서 달러를 조달하는 데 걸림돌이 없어졌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국제 금융시장이 여전히 신용경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이 투자심리를 끌어올려 주식시장을 어느 정도 안정시켰다고는 하지만 외국인들은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대거 팔고 있어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지경이다. 해외 금융시장의 불안이 진정되지 않는 한 이번 조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또 한국은행이 국채 등 채권을 사들여 자금 공급에 나서기로 한 것도 우선 막힌 돈줄을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 대출 채권의 부실화 가능성 등 잠재적 불안요인 때문에 자금시장의 경색이 기대한 만큼 해소될 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금리의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번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세계적인 신용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금융시장은 미국 대형 금융기관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믿을 곳이 없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이렇다 보니 돈을 빌려주기는커녕 맡긴 돈마저 빼내가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어진 것이나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또 하나는 경상수지 적자, 특히 흑자가 나던 상품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국내적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원자재 값 급등으로 수입은 크게 늘어난 반면, 금융 불안이 실물경기마저 위축시키면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 탓이다.

이제 세계적인 금융 불안과 실물 경제의 불황이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보유 외환을 아끼고 추가적인 외화 확보에 나서야 한다. 여기에는 정부와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기업과 가계도 예외일 수 없다. 정확한 진단에 따른 효과적인 처방전이 나와야 한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