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별미 알짜배기 생선
7월의 수산물 - 붕장어
2003-07-07 영광21
붕장어의 학명(學名) Conger myriaster와 속명인 conger는 그리스어로 구멍을 뚫는 고기라는 뜻의 congros에서 유래했으며, 일본명인 아나고(穴子) 역시 붕장어가 모래 바닥을 뚫고 들어가는 습성에서 붙은 이름이다.
중국에서는 옆줄 구멍이 별 모양같다고 해서 싱만(星鰻), 싱캉지만(星康吉鰻)이라고 부른다.
붕장어는 낮에는 모래에 몸통을 반쯤 숨긴 채 머리를 쳐들어 금색의 눈을 빛내며 사방을 살피는 섬뜻한 모습을 보이며 밤에는 다른 물고기들이 잠잘 때 습격해 먹이를 포획하는 육식성이여서 바다의 갱(gang)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붕장어는 뱀처럼 친근하지 않은 모습을 한 때문에 예로부터 괴물로 여겨져 온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붕장어를 문어, 큰 새우와 함께 바다의 3대 괴물로 기록했다.
붕장어는 뱀장어, 갯장어와 마찬가지로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유생기를 거치며 쿠루시오난류를 타고 북상, 육지에 가까운 연안의 만 입구나 섬 주위의 물 흐름이 완만한 곳에 많이 모여 살며, 주로 야간에 활동하는 야행성 어류로서 겨울에는 수심 100m의 깊은 곳으로 이동한다.
몸통은 원통형으로 뱀장어와 생김새가 매우 비슷하게 닮았지만 등지러미가 가슴지느러미 끝 부분 보다 약간 앞쪽에서 시작되고, 항문에서 머리 쪽으로 38∼43개의 옆줄 구멍이 뚜렷하게 나 있는 점이 다르다. 또한 뱀장어와 달리 바다에서만 살며 비늘이 없는 것도 다르다.
수컷은 40cm, 암컷은 90cm까지 자라며 완전히 자라기까지는 8년이 걸린다. 만 2년(몸길이 30cm)까지는 생식소가 거의 없어 암수 구별이 불가능하지만 만 5년 이후부터는 암컷만 나타나고 수컷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산란기는 4∼5월이며, 산란장은 일본 남부해의 대륙붕 가장자리. 암수 모두 만 4년이면 성숙하고, 몸길이 56-95cm 정도면 평균 430만개의 알을 가지며, 이것을 1회에 전부 방출하고 죽는 것으로 추정된다.
붕장어는 장어류 중에서 맛이 제일 좋고 특히 여름에 별미다. 무채처럼 잘게 썬 뒤 물기를 없애고 고실고실하면서 씹으면 고소한 느낌이 나는 붕장어 회는 남해쪽 사람들이 아나고 회라 부르며 즐겨먹는 명물 먹거리 중의 하나이다.
붕장어 회는 탈수기로 완전히 수분을 제거한 뒤 먹는다. 이는 핏속에 이크티오톡신이라는 약한 단백 독(蛋白 毒)이 있어 이를 없애기 위한 지혜로 생각되는데 이 독은 약해서 별 문제가 되지 않으며 열을 가하면 60℃ 전후에서 분해되고 만다.
붕장어는 버릴 것이 전혀 없는 생선이기도 하다. 척추 뼈 부분은 기름에 튀겨 안주로 먹고 머리와 내장은 탕을 끓여 먹는다.
또한 제한 아미노산이 전혀 없고 필수아미노산이 고루 함유돼 있는 데다 고도불포화지방산인 EPA와 DHA가 풍부하며 칼슘의 흡수성이 좋은 무기질의 보급원이다. 또 비타민 A(1200IU)가 많이 들어 있어 시력을 향상시키고 야맹증에 효과가 있다.
붕장어는 바다에서만 사는데다 생김새 때문에 우리 조상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은 듯 고서에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해대려(海大 ) 즉, 눈이 크고 배안이 묵색으로 맛이 좋다고 단 한줄만 기록했을 뿐 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우리 영광군에서는 칠산바다와 안면도 해역에서 잡히며, 주로 소금구이와 탕으로 즐겨먹는다.
박 승 계장/영광수산기술관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