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건강하게 오래만 사세요”
안순님 / 묘량면
2008-11-14 박은정
“김장 할 때 쓰려고 염산 설도에서 젓갈을 사오는 길이여.” 외출하고 돌아와 막 짐을 풀고 있는 안순님(64)씨. 가을걷이가 거의 마무리되고 살짝 찾아온 여유를 겨우살이 준비로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그는 남편과 논농사 3,000여평과 고추, 담배 등 밭농사 2,000여평을 지으며 묘량면 신천리 구동마을에 살고 있다.
22살, 법성 덕흥리 신덕동 마을에서 5남2녀의 셋째며느리로 시집와 1남3녀의 자식을 기르고 가정살림과 농사일을 하며 평범하게 일생을 살아온 안 씨.
그는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가정주부들과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올해 98세 된 시아버지와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같이해 주변의 칭송을 듣고 있다.
같은 마을에 수년째 같이 살고 있는 한 어르신은 “안 씨 시아버지는 성격이 급해 늘 호통을 치며 가족들을 불편하게 하지만 아들은 물론 며느리가 그 뜻을 모두 받아주며 정성껏 수발해 효행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며 “특히 겨울철에는 경로당에 모인 마을노인들을 대접하는 등 웃어른을 공경해 칭찬이 자자하다”고 전했다.
20여년전 먼저 세상을 떠난 시어머니에게도 효를 다했고 그 후 홀시아버지를 모시면서도 한결같이 소홀함이 없어 주변을 감동시키고 있다. 술을 좋아하는 시아버지를 위해 직접 술을 담그고 시아버지가 좋아하는 음식을 떨어트리지 않고 대접하며….
이런 정성어린 수발 때문인지 100세를 바라보는 안 씨의 시아버지는 지금도 안경없이 신문을 읽고 읍내를 혼자 다닐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안 씨는 “부모가 자식을 모시는 일은 당연한 일이고 지금까지 건강을 지키며 살고 계시니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라며 “부모를 모시고 사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자식들도 올바르게 자라줬고 무엇보다 남편이 부지런하고 자식들이나 저한테 잘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큰 힘이 됐다”고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내비쳤다.
살림밑천으로 보이는 15여두의 누런 한우가 마당입구를 지키고 있는 안 씨의 집은 효자 효부의 정성이 가득했으며 아마도 100세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이는 어르신의 행복한 마음이 아름답게 드리워져 있었다.
“자식들 모두 출가해 외지에서 잘 살고 있으며 우리 노인들 먹고 살만큼은 되니 큰 걱정은 없습니다”라고 만족스러운 일상을 밝히는 안 씨는 착하고 예의바른 며느리로 시아버지의 장수를 진심으로 기원하고 있다.
“아버님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