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 하는 일, 생의 최고 보람
김동본 / 영광읍
2008-12-19 박은정
경제 한파속에 세상이 어렵다고 아우성이지만 연말을 맞아 각계각층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온정의 소식이 그나마 마음을 웃게 한다.
영광읍 무령리 북문재에 위치한 전남지적장애인복지협회 영광군지부 장애인주간보호센터. 옅은 갈색집 안이 이런 저런 활동으로 분주해 보인다. 성탄절을 맞아 꾸며진 트리의 불빛이 평화로운 안식으로 다가오는 이곳에서 만난 김동본(61)씨. 그는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건장한 체격이 건강해 보였다.
“뭐하려고 왔을까”라며 기자의 방문을 어색해 하는 그는 이곳에서 장애인들을 보호·지도하는 활동보조인으로 일하고 있다. 백수 영광 대마우체국 등에 근무하다 퇴직한후 지난해 11월부터 이곳에서 활동을 시작한 김 씨는 보람으로 얼굴이 밝았다.
김 씨는 “이곳은 2~3살 정도의 지적능력이 부족한 이들을 낮시간 동안 보호하며 가족의 부재에서 오는 신변상의 위험이나 정서적 불안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고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지적, 신체적 발달을 돕고 있습니다”라며 “그들과 생활하면서 가족들의 애로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 그들의 불편함을 해소해 주며 사회적응을 돕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뿌듯하고 자부심이 큽니다”라고 일상을 밝혔다.
장애인주간보호센터는 장애인가정의 안정된 사회생활 유지를 위해 지역의 재가장애인을 주간시간동안 보호하고 재활능력제공을 위한 교육을 실시해 사회적응능력을 배양하는데 목적을 두고 2006년 3월 홍농에 본소를, 지난해 영광읍에 분소를 개원했다.
“제가 학교를 다닐 때는 제대로 변도(도시락)를 싸가지고 다니지 못했습니다. 도시락을 못 싸가는 것도 서러운데 도시락을 안 싸오면 검사에 걸려 매일 맞았지요. 학교에서 돌아와 가족들을 먹이고 남은 찌꺼기 음식을 드시는 어머니가 도시락도 안 싸주시고 몰래 혼자 맛있는 것을 드시는 줄 알고 화를 냈다가 아버지에게 많이 맞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지난 시절을 회고하는 김 씨는 이후 결혼해 자녀를 낳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 대마우체국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대마중학교에 매월 10만원씩을 장학금으로 내놓기도.
“제가 살아오는 동안 지금 하는 일이 생의 최고의 보람을 느끼게 합니다”라며 다시 장애인 곁으로 다가가는 김 씨는 슬하의 딸셋을 모두 결혼시키고 지난 가난한 시절을 교훈삼아 ‘참봉사’로 다시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