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고유한 민속놀이 되살아나야 한다
특별기고 / 조상의 얼을 찾아
2008-12-31 영광21
우리 민족이 보다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슬기를 모야 창출해 낸 신바람나는 민속놀이가 그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다. 설날이 다가올 이맘때면 어린이들이 푸른 꿈을 창공으로 두둥실 띄워 올리던 연날리기도 그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고 아낙네들의 널뛰기, 강강술래, 윷놀이, 당산제굿, 제기차기, 팽이치기, 못치기, 구슬치기, 땅뺏기, 복조리 팔기, 마당밟기, 성밟기, 모닥불 놓기, 원뚝불지르기, 달맞이 축제, 칠성맞이 축배, 팔매싸움, 딱총싸움, 물총싸움, 땡공치기, 짱치기, 수건돌리기, 접시돌리기, 양지치기, 깨금질싸움, 줄다리기, 뱃고사 등등의 다채로운 민속놀이가 이제는 우리 눈앞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그뿐이랴. 정초에 동네와 집안의 액을 몰아내고 행운을 빌던 신명나는 지신밟기굿의 흥겨운 가락과 모습도 이제는 보고 들을 길 없게 되고, 대보름날 온마을 공동체의식을 고취하는 축제의 한마당으로 들뜨게 했던 줄다리기, 횃불싸움도 우리 마음속에서 희미하게 바래만 가고 있다.
우리가락과 우리의 멋, 우리들의 흥취와 풍류가 깃들인 민속놀이는 한갓 문화의 화석으로 응고되어 가고만 있다. 이 안타까움은 그 어떠한 향수, 동경으로 회귀만을 바라는데서 오는 허전함일까.
그것은 결코 아니다. 어린이들의 민속놀이는 지능을 계발시키고 신체의 발육을 촉진하며 나아가 협력을 통한 승벽심을 길러주는 기능이 있고 어른들의 집단적인 민속놀이는 원초적인 종교적 기능은 차치해 두고서라도 온 마을의 공동체의식을 고양시키는 통합의 기능과 우리민족의 얼과 슬기가 멋과 흥이 간직된 민족예술을 계승 진흥시키는 중요한 기능이 간직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오늘날과 같은 자기실존만을 확대인식한 나머지 공동체의식이나 인간의 기본적인 도덕심과 인간성이 상실키 쉬운 산업사회에서는 민속놀이를 통해서 어느 정도 한국적인 인간상의 정립이 가능해 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보존과 계승을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절감하고 있으면서도 그 진흥은 그렇게 쉽지가 않은 것이 안타깝다. 그것은 옛날의 민속놀이는 삶 자체였다. 따라서 우리의 놀이문화에 대한 주체적인 재인식과 그 생성배경을 인지케 하는 여건과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여기에 따른 방안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우선은 우리의 명절을 되찾아야 한다. 그 어떤 기념일이나 남의 명절이 아닌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참명절이 되살아날 때 우리민속놀이도 기지개를 할 수 있게 된다. 명절이 다가올 때 설레는 기대와 흥분, 타향살이에서의 동구 밖을 들어올 때 포근함과 인정의 만남, 그 기쁨이 며칠간 지속되어 동심으로 돌아가고 공동체의식을 고양시키는 축제로 승화될 때 민속놀이가 되살아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민족의 날이라는 설은 하루 명절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오기가 바쁘게 갈 채비를 하고 인사치례의 귀향, 수직적인 통합심만을 조장하고 수평적인 화합과 통합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명절은 그 의미가 없다. 마을에 사는 사람, 오랫만에 고향을 찾아온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마당밝기 굿물을 치면서 같이 즐기고 풍요한 삶을 구가하는 그런 명절이 되살아날 때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신명나는 민속놀이가 되살아날 수가 있게 된다.
마을사람들끼리 동네사랑방에 모여 앉아 고깔을 만들면서 담소하고 할아버지가 손자녀석의 연을 만들어 주는 훈훈한 정경이 우리앞에 펼쳐지는 그런 날이 어서 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