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씨에 내가 미쳐야 한다”
영광의 문화예술인 - 서예의 대가 지산 조경길
2003-07-28 박청
서예를 시작한 지 30여년이 지나 영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여러 생각 끝에 영광서예협회를 창립하게 됐다.
그는 가르치는 일과 배우는 일이 같이 자란다는‘교학성장’이란 말을 교훈처럼 사용한다. 서예는 먹을 갈아 붓을 잡고 글씨를 쓴다는 것은 자기성품을 정화시키고 정서를 유지할 수 있어 마음을 단련하기에 아주 좋다고 한다.
조경길씨는 영광에서 태어나 자라고 지금까지 생활해오면서 문화적으로 조금은 침체된 지역이지만 한번도 문화예술분야를 소홀히 생각하지 않았다.
운암 조용민 선생께 사사를 받아 활약해 오면서 국전 민전 공모전에 20여 차례나 출품해서 특·입선을 하는 등 지역문화예술을 빛낸 사람이다. 연구하고 노력해서 후배들에게 보급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기도 하다.
서예는 처음에는 눈에 보이는 것만 쓰는데 나중에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느낌으로 표현해야 하는데 “죽을 때까지 공부해도 다 못 배우는 것이 서예인 듯싶다”고 하는 말에서 많은 공부가 뒤따른다는 것을 알았다.
“자녀들 앞에서 먹을 갈고 붓을 잡아 글을 쓴다면 천 마디, 만 마디의 말이 무슨 필요가 있겠냐”는 우리 모두가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이런 풍토가 조성되길 그는 많이 바랜단다. 어쩌면 그는 자기의 서예입문이 지역예술의 크나 큰 장을 만들어 낼 것이란 예상을 못 했을 것이다.
“글씨라는 것을 써놓고 1주일이든 1년이든 지나고 난 후에 보고 자기 스스로 부끄러워 찢어 없앤다"고 한다. 그만큼 큰 욕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조경길씨는 아이들과 성인 200여명에게 붓글씨를 보급했다. 그 중에 몇 사람들은 중앙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해 입상을 하기도 했단다. 또 그들이 서예의 길잡이역할을 할 수 있기를 그는 바란다.
묵향에 “고향의 냄새가 담겨있어서 늘 그리워하며 산다”고 하는 조 씨는 묵향을 들이마시면 머릿속에 찌들어있는 때가 다 씻겨나가고 축적된 스트레스가 완전히 해소된단다.
한국서예협회와 일목회, 영광서예협회 회원으로 나지막하게 활동하고 있는 지산 조경길씨.
‘서예로 명예는 절대 원치 않는다’는 말에서 느끼는 감정대로 나머지 여생은 서예를 위해 지역후학을 양성하는데 쏟아주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