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여생 섬기고 나누며 살고 싶다”

임윤택 / 홍농읍

2009-02-12     영광21
넘실넘실 차오른 바닷물이 겨울의 끝자락을 벗 삼고 있는 가마미해수욕장.
북적이는 여름과는 달리 노송만이 바다를 지키고 있는 이곳에서 만난 임윤택(73)씨. 바닷바람에 흩날리는 은색머리카락이 세월의 깊이를 대신했다.

한 때 성행했던 어업도 그 빛이 사라진지 오래고 찾아오는 방문객 수도 예전 같지 않아 어려운 경제가 주민들을 한숨짓게 하는 홍농읍 계마리 가마미마을. 임 씨는 태를 묻은 이곳에 평생살고 있는 토박이다.

슬하에 1남3녀를 둔 임 씨는 어장이 활성화되던 시절 꽃게, 갯장어, 능성어 등을 일본에 수출하는 무역회사에 20년간 몸담아 일했고 자녀를 모두 출가시킨 지금은 아내와 조그마한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다.
마땅한 소일거리가 없는 어르신들이 어울려 휴식을 취하는 가마미경로당의 총무를 3년간 맡았던 임 씨는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이고 회원들을 보살피는 정성이 남달라 칭찬의 목소리가 높다.

60대부터 90대 후반까지 100여명의 회원이 황혼을 의지하는 가마미경로당은 영광원자력본부의 지원과 자발적인 회원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늘 모여 점심과 저녁을 나눠먹어 살림이 빠듯하다.
총무를 맡아 이러한 경로당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임 씨는 화장지, 비누, 해충제거제 등 생활필수품을 사비를 들여 공급해 떨어뜨리지 않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대한노인회 영광군지회 이사를 맡고 있는 임 씨는 2년째 다니고 있는 노인대학 1반 총무를 맡아 반생들의 화합과 친목을 유도하고 그곳에서 교육받고 얻은 정보를 다시 돌아와 경로당에 전달해 회원들의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영광군지회 관계자는 “임 씨는 마을경로당 활성화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이며 대한노인회에도 관심과 애정을 갖고 참여하고 활동해 회원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그를 표현했다.

임 씨는 “저는 자녀들이 용돈도 주고 노령연금, 국민연금 등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노인들이 살기가 빠듯한 것이 사실이다”며 “움직일 수 있고 조금이라도 벌 수 있는 제가 형님 같고 부모 같은 어르신들에게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고 겸손한 부끄러움을 내비쳤다.

자상하고 인자한 성품으로 이웃을 돌아보며 세상을 넓게 품어 안은 임 씨는 인연을 소중하게 키우며 따뜻한 가슴으로 지역을 사랑하고 있었다.
“몸이 성치 않은 아내가 건강히 오래 살았으며 좋겠다”며 다시 경로당으로 발길을 돌리는 임 씨는 남은 세월의 무게를 나눔으로 아름답게 승화하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