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결 같이 곱디 고운 금강의 옥류가

전북 진안 장수 천반산

2009-02-12     영광21
천반산(646.7m) 서쪽에는 예부터 천혜의 피서지고 명성이 자자했던 죽도가 있다. 그리고 이 산자락엔 송파서굴, 할미굴의 전설과 선비들이 풍유를 즐겼던 한림대와 형제바위, 마당바위, 할미대, 또 치성을 드리는 감투바위 등 명소들이 즐비하다.
이 산은 동쪽을 제외하고 삼면이 금강에 둘러싸인 독특한 지세와 깎아지는 절벽을 걷는 스릴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천반산은 죽도와 연계돼 있어 자연경관에 반하고 다시 후회하지 않는 곳이다. 천반산은 죽도선생으로 불렀던 정여람이 아들과 함께 최후를 맞은 곳이기도 하다. 또한 천반산은 죽도의 넓은 모래사장과 자갈밭 그리고 천연기념물인 쏘가리가 노닐던 옥류는 선조들의 예언대로 용담댐이 들어서면서 전설속의 이야기로 남았다. 백두대간 덕유산 연봉의 끝자락인 장수 남덕유산에서 남서쪽으로 나뉘어 삿갓봉과 두루봉을 지나 영구산에 일러 갈림길에서 남쪽으로 매달리다가 금강에 막혀 멈춰 섰으니 바로 이 봉이 천반산이다.

천반산의 유래를 보면 첫째, 서쪽 산정 1,000여평 분지가 하늘에서 보면 마치 소반모양에서 왔다는 설이 있고 둘째, 이 산 남쪽 가막리에 경주정씨가 400년전에 이주해 집성촌을 이뤘는데 마을앞 냇가에 있는 장독바위가 하늘에서 떨어진 복숭아 형상 즉, 천반낙도 형상이라는 얘기가 있다. 셋째, 천반 지반 인반의 명당중에서 이 산은 천반에 해당하는 명당이 있기 때문이란다.

천반산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신기마을 서인들을 <정감록>이 예언한 10승지의 한곳으로 조선조의 유학자인 유겸암이 <겸암록>을 통해 이곳의 자리가 호남의 제일이라고 칭송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감록>을 통해 이 마을을 발견한 ‘유불선합일갱정유도’라는 민족종교를 신봉하는 김대중씨는 지리산 청학동에서 18년간 생활하다가 가족을 데리고 1988년에 천반산 아래 당집옆 당골로 이주해 왔다. 이곳에서 전통복색을 하고 장수 명륜학당을 여름과 겨울방학 때 열어 인사예절과 <사자소학> 및 <명심보감> 등을 가르치고 있다.

산행은 진안 상전면에서 구량천을 따라 걷다가 조그마한 콘크리트다리를 건너면 천반산 휴양림이나 휴양림옆 이정표를 끼고 숲길로 들어서면 나무계단이 있고 계단을 오르면 맑은 공기속에 산새들의 합창소리가 산꾼을 반긴다. 여기까지 약 40분쯤 왔을까. 천반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삼거리의 갈림길이다. 여기서 동쪽은 영구산 방향이나 곧바로 200m쯤 진행하면 천반산 정상인 깃대봉에 닿는다. 정상에는 진안군에서 설치한 이정표와 ‘무주 314’라고 표기된 삼각점이 있다.

하산은 마당바위를 거쳐서 성터 할미굴을 구경하고 송판서굴을 거쳐 죽도폭포쪽으로 내릴 수도 있고 성터에서 외딴집을 지나 가막유원지쪽으로 내릴 수도 있다. 깃대봉 정상에서 40분쯤 진행하면 석축을 쌓은 성터 삼거리에 닿는다. 여기엔 이정표가 있고 벤치가 놓여 있다. 이정표의 표기는 죽도천면 3.3㎞, 송판서굴 2.1㎞, 할미굴 1㎞로 잘 되어있다. 서능을 타고 곧바로 진행하면 가막리 임로와 외딴집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여기서 1.4㎞를 걷다보면 한림대터를 만나고 곧바로 내려서면 외딴집(0.7㎞)이고 북쪽으로 200m쯤 가면 깎아지는 암벽아래 할미굴이 있다. 이곳은 6명 정도 기거할 수 있는 굴로 세종때 예조판서였던 송보산이 단종이 폐위되고 세조가 왕위에 오르자 벼슬을 버리고 이 산의 송파서굴에 은거하며 내외금침을 금하고 부인을 이곳에 있게 했다고 한다.

다시 삼거리와 돌아와 북서능을 걸으면 깎아지르는 절벽아래로 구량천이 굽이쳐 흐르고 좌측 1,000여평에는 화전민들이 머물렀던 집터와 전답흔적이 있다. 여기서 0.5㎞쯤 진행하면 송판서굴에 닿는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는 샘물과 10여명이 머물 수 있는 굴이다.
이 굴에는 사람들이 기도하며 머물렀던 흔적이 있고 우측 작은굴 하나가 더 있는데 이곳에는 정여람이 친구들과 머물렀다고 한다.

송보산의 위패는 장수 원장사와 함께 마령 구산사에 있다. 곧이어 죽도폭포앞을 지나 구량천변을 타고 1.5㎞쯤 더 진행하면 장전버스 정류장에 도착한다.

< 등산 코스 >
▶ 제1코스 : 가막교 ~ 당집 ~ 외딴집 안부 ~ 삼거리 ~ 할미굴 한림대터 ~ 성터 삼거리 ~ 서북능 삼거리 ~ 송판서굴 ~ 성터 삼거리 ~ 깃대봉 정상 ~ 성터 삼거리 ~ 외딴집 ~ 가막교 = 8㎞ 약 3시간30분 소요 ▶ 제2코스 : 휴양림 동능 ~ 깃대봉 정상 ~ 서능 ~ 성터 삼거리 ~ 한림대터 할미굴 ~ 성터 삼거리 ~ 서북능 삼거리 ~ 죽도폭포 ~ 장전버스 정류장 = 약 9㎞ 4시간~4시간30분 소요
김 종 일 / 서해산악회 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