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주민 위해 봉사하는 것은 당연”
최제복·이은순 / 법성면
2009-02-26 박은정
오랫동안 이곳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다 몇 년전 아내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해져 지금은 천일염을 비롯한 간단한 식품만을 판매하고 있는 최제복(71)씨. 그리고 그의 평생 동반자인 아내 이은순(62)씨.
자그마한 키에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나타난 최 씨는 틈틈이 주변에 있는 재활용품을 수집해 주변환경을 정리하며 약간의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 워낙 부지런한 사람으로 이웃에 소문나 있는 최 씨는 마을일에 적극 앞장서며 모든 일에 솔선수범해 주민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특히 법성에서 홍농으로 향하는 오르막 길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최 씨는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로에 모래와 연탄재를 뿌려 주는 봉사를 실천해 오가는 운전자들의 고마움을 사고 있다.
“저희 가게가 길가에 위치해 지나는 차량들의 위험한 상황을 자주 목격합니다. 주민의 한사람으로서 불편한 통행을 원활하게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라며 밝은 표정으로 말하는 최 씨는 40년 가까이 이곳에 살면서 변함없는 선행을 실천해 지난 1995년에는 군수표창을 받기도.
또 최 씨의 반려자인 이은순씨는 2년전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시어머니를 본인이 뇌 수술을 해 몸이 불편한 가운데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지극정성으로 돌봐 면민의 상을 수상했다.
“마침 집안에 제사가 돌아왔는데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야 컸지만 맏며느리로서 책임이 있어 가지도 못하고 먼발치에서 울기만 했지요”라며 시집살이 시절을 회상하는 이 씨. 그는 일찍이 혼자돼 꽤나 까칠함을 보였던 시어머니를 살아생전 효성을 다했고 며느리로서의 책임을 다했던 것이다.
이렇게 부창부수의 본보기를 보이며 주변의 칭찬을 듣고 있는 최제복 이은순씨 부부는 세상을 밝은 눈으로 바라보며 성실하고 검소하게 살아와서인지 삶의 시름속에서도 건강한 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비춰져 있었다.
요즘 세상은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으로 애도의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큰 어른으로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며 현대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종교인의 양심으로 바른길을 제시해 온 김수환 추기경은 역할을 뒷사람들에게 남겨놓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점점 각박해지는 가슴 아픈 현실이지만 그래도 진정한 나눔과 사랑을 일깨워준 김수환 추기경처럼 최제복 이은순씨 부부의 값진 진실함이 있어 살아가는 희망이 있는 것이 아닐런지.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