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던 지난 시절 교훈삼아 봉사 열심히
박경순 <영광읍새마을부녀회장>
2009-02-26 박은정
“오늘 사회단체장 회의가 있다고 해서 나왔습니다.” 다소곳한 말씨와 행동이 우리 어머니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박 씨는 회의참석을 서두르고 있었다.
영광읍 신하2리에 살고 있는 그는 17년째 마을부녀회장을 맡고 있으며 올해부터 영광읍 43개리 부녀회를 대표하게 돼 책임이 무겁다.
백수읍 상사리가 고향인 박 씨는 19세에 결혼해 예전 누구나 그러했듯 가난한 시절을 살았다. 그는 둘째며느리였지만 시어머니가 사망하기 전까지 대·소변을 받아내는 상황속에서도 정성을 다했고 남편 또한 간암으로 오랜 세월 투병하다 박 씨가 45세 되던 해 슬하에 2남3녀를 남겨 두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렇게 시작된 박 씨의 홀로서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고 고단했지만 그는 꿋꿋하게 세상을 이기며 당당하게 살아왔다.
“남편이 먼저 하늘나라로 간후 남겨진 저와 자식들은 참 어렵게 살았습니다. 한참 자라는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하나 제대로 못해주는 마음이 얼마나 아팠던지….”
애처롭던 지난 시절을 되새기며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박 씨는 “그래서인지 저는 지금도 학교앞 가게에 모여 있는 아이들을 보면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던 시절 배고팠을 자식들의 모습이 자꾸 그려져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라며 “그렇게 힘든 상황속에서도 어긋나지 않고 잘 자라준 아이들이 그저 고마울 따름 입니다”라고 현실에 감사했다.
박 씨의 자녀들은 막내아들을 제외하곤 모두 결혼해 반듯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특히 손자손녀들이 착하고 똑똑해 박 씨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고 있다.
1,600여평의 농사를 지으며 빠듯하게 살고 있지만 박 씨는 이런 손주들을 위해 매년 100만원씩 장학금을 마련해 학비에 보탤 수 있게 전달하고 있다. 또 마을에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을 찾아 안부를 살피고 밑반찬을 전달하는 등 관심을 쏟고 있으며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생활하는 조손가정 아이들을 방문해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는 등 이웃사랑을 조용히 실천하고 있다.
“저희 영광읍부녀회는 매년 폐기름을 이용한 비누를 만들고 여름철이면 풀베기사업을 실시해 얻어진 수익금으로 연말에 김장을 담가 불우이웃에 전달하고 마을경로당을 찾아 떡국봉사를 펼치고 있습니다”라며 “올해도 회원들과 더욱 열심히 활동해 값진 성과를 올리고 싶습니다”라고 계획을 밝히는 박 씨.
그는 마을의 애·경사를 챙기는 심부름꾼으로, 읍민의 아내 역할로 씩씩한 행보를 시작하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