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가서 머물고 기도하고 싶은 모범적인 성지로 조성되길”
3월27일, 종교지형·천주교 전파와 순교터·성지개발 현황과 과제 토론
2009-04-02 영광21
1801년 신유박해 영광순교자들의 흔적을 찾고자 하는 영광고찰 학술회의가 지난 3월27일 한전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순교자들의 삶의 흔적을 되찾고 그들의 순교정신을 계승하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성지개발을 위해 열린 이번 학술회의는 영광성당 신도들과 문병구 스테파노 신부가 중심이 돼 이뤄졌다.
단순한 가톨릭 교회사 연구가 아닌 교회사적 사실에 접근해 간다는 의미가 담긴 영광순교자 고찰 학술회의 발표자들의 의견을 요약해 게재한다. / 편집자 주
기조발표
옥현진
광주대교구 교회사회연구소 소장
영광에는 백제불교초전도래지, 원불교개창지, 개신교순교지 등 많은 종교사적지가 있는 곳이다. 이처럼 종교학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영광에서 천주교 신유박해 순교자들에 대한 학술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은 뜻 깊은 일이다.
역사연구는 당대보다 늘 후대 사람들의 몫이지만 200여년이 지난 오늘 한국 가톨릭 순교자 특히 신유박해 순교자로 알려진 이화백, 복사토반오씨 그리고 치명한 이우집 유배당한 윤종백, 이종집과 남조이등에 이어 영광에 연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가 이곳에서 진행되는 것은 한국 교회사 연구가 현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좋은 현상중 하나다.
순교사적지에 대한 연구가 아직은 미진하지만 이번 학술회의를 통해 더욱 활발히 진행되기를 희망한다. 또한 이번 연구는 가톨릭 교회사 연구가 단순히 교회사적으로 정리되고 그 종교 안에서만 이야기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들의 관심속에 지역사 정리와 맞물려 역사적인 사실에 접근해 간다는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영광군 내에는 각 종교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요소를 많이 담고 있다. 그러므로 각 종교에서 순례지로서의 의미를 찾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역사적인 장소라면 어디든지 그곳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그 지역신자들과 지역민에게 사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장소나 명소로써의 의미만 갖는다면 여행지나 나들이 기능으로 그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학술회의는 지역민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아울러 미래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데 목적을 둔다.
본 학술회의는 전남대학교 윤선자 교수의 ‘영광군 종교지형’ 호남교회사 연구소 서종태 교수의 ‘영광지역의 천주교 전파와 박해 및 순교터’ 그리고 영광본당 문병구 신부의 ‘영광순교자 현양을 위한 성지개발 현황과 과제’로 이뤄져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성역화 사업의 기초 마련을 위한 1차적인 학술회의 성격이 강하다고 표현하고 싶다.
현재 영광군에서 각 종교와 이뤄온 성역화 작업의 점검과 신유박해시 순교한 가톨릭 순교자와 순교터에 대한 연구 그리고 이러한 근거로 향후 신유박해 순교자의 성지개발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을 동시에 던지고 있다.
어느 장소든지 본래적인 기능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지원과 유지관리를 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이번 학술회의는 신유박해 전반을 다루기보다 신유박해중 이곳 영광에서 순교한 순교자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지역 순교자들의 영성에만 한계지우지 않고 보다 큰 의미에서 신유박해의 영성을 이해하는 연구접근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영광군의 관심에 못 미치는 각 종교의 신자반응은 영광군의 과제가 될 것이다. 단순히 행정적인 지원에 그치는 지역성역화 작업보다 구체적인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각종교가 그 특성을 잘 표현해낼 수 있는 인프라가 구성돼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지역적인 한계를 넘어 한국에서 영광군이 인식하는 의미를 모두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홍보와 지속성이 요구될 것이다. 가톨릭의 구조상 어떤 성역화작업이 완성되면 지속성은 교구가 책임질 수 있기에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가능하리라 사료된다.
현재 광주교구에는 곡성 정유박해 사적지와 나주 무학당 순교사적지가 마련돼 있다. 시작은 모두 본당사제들의 관심으로 출발해 학술회의를 개최하고 조그마한 박물관 형식의 역사적인 장소를 표시하는데 그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 있는 다른 성지처럼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에 있는 순교사적지를 연결하는 종합적인 프로그램 개발이나 피정센터개소, 순교영성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지속적인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이 필요하다. 영광군에서 재정적인 지원을 해준다 하더라도 그 지원을 지속해 나갈 단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은 영광본당을 넘어 교구적인 차원에서 관리해야 할 것이다.
제1주제
윤선자 교수 / 전남대 사학과
균형있고 객관적인 종교관 중요
2008년 11월말 현재5만8,284명의 인구수를 기록한 영광군은 ‘영광굴비’로 유명한데 종교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관심을 끄는 지역이다 ‘백제불교초전도래지’ ‘원불교개창지’ ‘개신교순교지’라는 측면에서 각 해당 종교계는 영광군에 의미를 부여한다. 영광군에서도 군이 갖고 있는 이러한 가치를 문화적인 측면에서 활용하고자 관심을 기울인다.
그동안 종교적인 측면에서 영광군에 대한 관심은 개별 종교단위로 이뤄졌다. 각 종계의 조사·연구·의미 부여를 토대로 불교·원불교·개신교의 종교문화를 관광과 연계시키고자 기획했지만 개별 종교들을 영광군의 종교문화로 범주화하지는 못했다. 개별 종교단위에서 영광군이 갖는 의미도 중요하지만 영광군에서 개별 종교가 갖는 의미를 추적하는 것은 균형있고 객관적인 종교관을 갖게 하는데 의미가 있다.
이제 막 발을 내딛은 영광천주교회는 다른 종교들이 걸어온 길을 면밀히 검토하고 천주교회사를 충분히 조사 연구한후 영광군의 천주교회를 위치정립하고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토론자>
윤빈호 신부 / 곡성성당 주임신부
발표자는 현존하는 영광군의 종교들을 전래된 역사적 순서에 따라 불교, 유교, 가톨릭, 개신교 그리고 원불교 토대로 영광군과 이들 종교의 만남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연구해 영광군의 종교계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지만 개별존교가 갖는 의미기 빈약했다고 본다.
발표자는 유교를 제외한 불교, 개신교, 천주교 그리고 원불교에 대한 영광군의 종교 교세를 분석했다. 하지만 자료와 통계 일부의 신빙성과 객관성이 결여될 우려가 있다.
발표자는 영광군이 추진하는 죵교를 주제로한 ‘문화관광’ 사업을 분석해 영광군 종교문화 특화사업의 방향정위를 제한했는데 이는 지금까지 개별 종교단위로만 그리고 같은 종교 안에서도 성역화 사업을 통해 조성된 기념물이나 코스만을 위한 문화관광의 틀에서 벗어나 타 종교의 성지와 연결하는 네트워크 및 주변과의 연계성을 통한 문화관광이 바람직 하다고 제안했다.
제2주제
서종태 연구실장 / 호남교회사회연구소
영광지역의 천주교 전파와 순교터
영광지역의 천주교 전래나 박해에 관한 문제는 아직까지 깊이 연구된 적이 없다.
영광지역의 천주교 전파와 박해 및 순교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보고자 한다. 우선 천주교가 영광지역에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떻게 전파 됐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다음으로 영광지역의 천주교 박해와 순교자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광의 순교 터에 대해서도 추적해 보기로 한다. 이러한 연구가 영광지역의 지역사나 광주교구의 천주교회사를 깊이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1801년 신유박해로 신앙공동체가 와해되기 직전 영광지역의 교세는 신유박해 때 신문과정에서 드러난 신자들의 수와 처벌을 받은 신자들의 수가 전라도에서 세번째로 많았던 점으로 보아 전라도에서 세 번째로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교세를 바탕으로 유관검은 주문모 신부의 은닉처로 영광지역 신앙공동체를 고려하기도 했다. 그리고 신유박해 직전 영광지역 신자들은 양반과 평민으로 구성돼 있었다고 이해된다.
<토론자>
한 건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서종태 선생님은 나주 무학당 순교의 역사적 고찰(2003년). 전라도 교우촌 신앙공동체의 전개(2004년) 등을 발표했다. 아마 이 발표로 이미 전라남도 천주교 수용 중에서 영광지역은 신유박해 이전에 이미 신앙공동체가 형성됐고 박해로 이 지역에서 여러 명의 순교자들이 나왔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이들이 순교한 장소를 다른 지역과 비교해 추정하고 있다.
그 당시 영광지역의 법성창은 전남 내륙지역과 현 전북 내륙 일부지역의 조세운반 창고로서 역할을 했다. 발표자는 전교의 경로를 인물의 이동으로 보고 있는데 혹시 조세운반의 중심지로서 영광의 역할과 연관시켜 볼 수 없는지 궁금하다.
또한 그 당시 영광군의 인구를 <호구총수>(정조 13년, 1789년)를 통해 본다면 29개면, 1만2,691 호수와 4만4,783(남 21,281, 여 23,502)의 인구가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영광군지)그중에 천주교 신자 7명의 기록만 나오는데 앞으로 발표자뿐만 아니라 더 많은 신자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제3주제
문병구 신부 / 천주교영광성당
천주교 영광순교지 위한 현황과 과제
신앙선조들의 행적을 찾는 것은 본당이나 교구차원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관심이 없거나 전문연구자가 없을 때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영광성당도 마찬가지였다. 우연히 알게 된 영광순교자들의 행적을 찾고자 노력해 왔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본당과 광주대교구 교회사연구소의 노력 그리고 영광군이 군차원에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영광순교자 현양을 위한 성지개발이 탄력을 받고 있다.
영광순교자들은 영광지역에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천주교회와 세계 교회의 소중한 유산이요, 믿음의 증거다. 신앙 때문에 죽음도 마다하지 않고 증거한 이들의 거룩한 삶은 분명 과학과 황금만능주의와 이기주의에 물들어 정신과 영혼이 메말라 있는 현대인들에게 정신과 영혼을 일깨워 줄 것이다.
영광 순교자들은 다른 지역의 순교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료가 부족하다. 학술회의를 통해 어느 정도 밝혀지겠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그 행적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토론자>
송홍철 신부 / 천주교월곡동성당
순교자 현양사업은 외형의 가치가 아니라 내면의 가치가 중시되어야 하며 순교자의 삶을 닮은 방식이 돼야 한다. 순교자들은 스승이신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 ‘비움’의 완덕을 이룬 분들이므로 그분들을 본받기 위한 순교성지는 당연히 복음정신이 충만한 작품이 돼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성지다운 성지만이 사람들을 순교신앙으로 거듭나게 하고 순교자들을 가경자와 복자, 그리고 성인의 반열에 까지 들게 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벨기에의 성모발현지인 바뇌성지는 좋은 귀감이 된다. 검소하지만 영성의 깊은 향기가 묻어나오는 보석 같은 성지라고 생각한다. 영광순교지성도 언제나 가서 머물고 기도하고 싶은 모범적인 성지로 조성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마지막으로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성지개발에 임하는 분들은 평생을 한국교회사를 위해 몸 바치신 원로 사제의 고견을 깊이 경청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