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속에 지역정서까지 차분히 성숙되길”
이경회 / 홍농읍
2009-04-21 박은정
흩날리는 꽃잎을 맞으며 도착한 홍농복지회관. 조용한 건물안 계단을 올라 도착한 2층에는 묵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홍농의용소방대 사무실에서 모인 사람들의 서예를 지도하고 있는 이경회씨.
그는 홍농의 조산(祖山)이라 불리는 덕림산의 덕림정사에 머물며 충효와 경로사상을 진흥시키고 전통적 미풍양속을 진작시키기 위해 유도사상과 도덕 회복에 앞장서 헌신해 온 한학자였던 고이학용 선생의 막내아들이다.
대를 이어 덕림정사를 지키고 홍농읍에서 <긍당서예학원>을 운영하며 한문을 지도하고 있는 이 씨는 지난 3월초부터 군민 누구나 배울 수 있는 평생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군민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영광군평생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서예교실을 담당해 지도하고 있다.
군단위에서만 실시되던 평생교육이 올해는 읍면단위로 교육장소가 확대돼 실시되면서 주민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홍농복지회관에서 매주 월, 금요일 열리는 서예교실은 이 씨가 수강과목 유치를 군에 적극적으로 요구해 이뤄졌다.
우리나라의 서예는 2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녔고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민족예술로서도 그 가치가 높지만 최근에는 서예인구가 줄고 있어 전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홍농에서 열리는 서예교실은 서예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 싶었지만 일상에 쫓겨 시작하지 못했던 주민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마련해 줘 기쁨이 넘치고 있다.
“먹을 갈아 붓을 잡고 글씨를 쓴다는 것은 자기성품을 정화시키고 정서를 유지할 수 있어 마음을 단련하기에 아주 좋다”고 서예를 설명하는 이 씨. 그는 “서예는 감성적 충족을 줄 수 있는 예술이며 사람의 언어를 직접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기도 하다”며 “각박한 현대인들이 취미로 서예를 시작하면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가치지향적인 역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서예의 장점을 밝혔다.
서예교실이 오전에 운영되는 관계로 직장인들 보다는 주부나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이 씨에게 하나 둘 서예의 기초부터 배워가는 모습은 사뭇 진지하고 보람차 보였다.
온정을 베풀며 선비의 절개를 버리지 않았고 또 가난한 아이들에게는 학비조차 받지 않고 후학을 양성했던 선친을 그대로 닮은 이 씨는 보고 배운 뜻을 그대로 실천하며 한학의 전통을 올곧게 이어 가고 있었다.
“서예를 접할 수 있게 해준 선생님을 비롯한 관계자들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는 주민들의 배움의 열망을 이 씨는 정성을 다해 채워주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