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탈하게 잘 커준 자식들이 감사할 따름이여”

이옥임 <영광읍 계송리>

2009-04-23     박은정
주고 또 주어도 모자라는 것이 부모사랑이다. 평생을 자식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 온 우리의 부모들은 온 몸이 병들어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쇠약해 졌어도 오로지 자식 생각만으로 일생을 마감한다.

1남6녀의 자녀를 모두 훌륭히 키워냈다는 어르신을 찾아간 영광읍 계송리 오서마을. 찾아간 기자를 마중 나오면서 만난 환하게 웃는 얼굴이 순박하고 자상한 이옥임(74)씨도 자녀를 위한 헌신적인 희생이 육체에 깊숙이 배어 힘겨워보였다.

묘량면 삼효리에서 20세되던 해 3남3녀의 큰며느리로 시집 온 이 씨는 시조부모와 시부모 그리고 시동생들까지 대가족을 부양하며 시집살이를 시작했다. 1남6녀중 위로 딸만 6명을 낳은 이 씨는 아들을 낳기 전까지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따른 마음고생이 심했고 시부모가 돌아가신 후 시동생들의 학업 뒷바라지는 물론 결혼까지 모두 책임지며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남편과 농사를 짓고 한우를 사육하며 집안을 이끌어 온 이 씨는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꿋꿋함을 잃지 않고 성실히 살아오며 자녀 또한 올바르게 성장시켜 주변에 귀감이 되며 부러움을 사고 있는 것.

7남매중 5남매가 대학을 마쳤으며 그중 다섯째딸은 전남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해 광주에서 산부인과 원장을 지내고 있다.‘귀남이’로 태어난 막내아들은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공학박사 학위를 받아 한국전력공사 연구관으로 근무중에 있다.

또 전남대학교 수의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립수의검역원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여섯째딸을 제외하고 모두 안정된 사회생활을 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해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예전 식구는 많은데다 가진 것은 없고 시골에서 농사지어 부족한 뒷바라지만 했을뿐 자식들에게 특별히 해준 것도 없었습니다”라며 지난 세월을 회상하는 이 씨는 “가난한 부모아래 자라면서도 삐틀어지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공부를 잘해준 아이들이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라고 자식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밝혔다.

결혼 55년을 맞이하고 있는 이 씨의 남편 정병주씨는 “일 많기로 소문난 담배와 딸기농사를 지으며 동생들과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아내는 무척 고생을 많이 한 사람입니다. 자식들이 잘 자라줘 보람이 크지만 젊어서부터 고생만 한 아내는 지금 다리가 아파 잘 걷지도 못하고 몸이 성한 데가 없어 안타까움이 큽니다”라고 이 씨에 대한 미안함을 밝혔다.

마을주민들과도 따뜻한 정을 나누며 더불어 사는 미덕을 보이는 이 씨는 장한 어버이로 주변에 아름답게 기억되고 있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