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처럼 지내며 주민건강 지키렵니다”
박미령 <법성월산진료소장>
2009-05-30 영광21
아옹다옹 사랑 다툼을 하며 논으로 향하는 어르신들을 지나 도착한 법성월산진료소. 이곳에서 주민들의 건강을 보살피는 박미령(49)씨는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어서인지 여유로움이 머물러 있었다.
1985년 간호대를 졸업하고 바로 진료소장에 입문한 박 씨는 고흥에서 첫 근무를 시작해 1993년 영광지역으로 왔다. 그는 백수논산리, 불갑, 낙월송이도 등을 거쳐 이곳 법성월산진료소로 와 4년째 마을주민과 동거동락하고 있다.
1980년대초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농촌이나 도서지역의 주민을 위해 정부에서 설치한 진료소는 지금은 병·의원의 증가로 기능이 다소 줄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각 마을에 자리하고 있는 진료소는 기본적인 병의 치료와 예방은 물론 마음의 외로움까지 위로하는 주민들의 사랑방으로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월산1, 2리와 신장 1, 2, 3리의 주민들이 이용하는 법성월산진료소는 가까이 사는 주민들은 직접 찾아오지만 진료소와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주민들은 박 씨가 직접 방문해 진료를 해주고 있다.
고정적인 관리 대상자들이나 진료를 희망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출장을 나가는 날이면 박 씨는 이래저래 바쁘다. 그것은 기본적인 건강체크와 처방약 전달과 더불어 그 마을에 살고 있는 어르신들의 안부를 살피기 때문이다.
“마을주민 대부분이 70~80대입니다. 어르신들에게 딱딱한 보건교육은 아무런 효과가 없음으로 자주 방문해 편안하게 늘 말씀을 드리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면 서로 정이 들어 어르신들이 통장까지 맡길 정도로 믿고 의지하고 제 스스로도 주민의 한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농촌이 그러하듯 박 씨가 담당한 마을에도 자식과 떨어져 홀로 지내는 노인들이 많다. 그는 이런 어르신들의 살가운 딸 또는 며느리가 돼 몸의 병뿐만이 아닌 마음의 병까지 치료하며 다정한 정을 나누고 있다.
자식들에게 못다한 이야기, 살면서 일어나는 이웃 간의 서운한 이야기 등 온갖 하소연을 다 털어놓는 어르신들을 박 씨는 친절한 웃음으로 성의껏 대해 큰 위안이 되고 있다.
파스와 영양제 등도 대상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나눠 주고 한번 방문해 진료를 포함해 최대 8일분까지 약을 지을 수 있음에도 진료비가 단돈 900원인 진료소.
이곳의 건강지킴이인 박 씨는 주민들 곁에 항상 고맙게 남아있을 것을 약속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