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은 저에게 인생을 가르쳐준 스승입니다”

박진숙 <백수농협>

2009-06-20     박은정
“어이 박 여사 이거 어찌고 한단가. 이거 쪼까 해줄랑가.”
농번기라 여느 때보다 비교적 한산한 백수농협. 들녘에서 일을 하다 아마도 급하게 비용이 필요했는지 진흙이 묻은 긴 장화에 목덜미까지 착하게 덮어준 농촌에서 필수인 자외선차단용(?) 꽃무늬 모자까지 그대로 쓰고 나타난 어르신이 문밖에서부터 직원을 부르며 들어선다.

부름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 나가는 박진숙(41)씨. 마치 부모를 대하듯 반가운 표정으로 어르신을 대하는 모습이 딸처럼 며느리처럼 다정해 보였다.

“완고하고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란 저는 아버지의 권유로 농협에 입사해 2년만 근무하고 그만 두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2년이 아니라 20년을 바라보게 됐으니 앞날은 함부로 장담할 수 없는 가 봅니다.”

1990년 농협에 첫발을 내딛은 박 씨는 고향 염산농협에서 예금업무를 보다 1997년 백수농협으로 자리를 옮겨왔다. 요즘 같은 농번기철 농민들의 왕래가 많고 가장 바쁜 경제사업소에서 근무하며 여성복지 업무를 함께 담당했던 박 씨는 농촌여성들과 특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그들과 각별한 정을 나누고 있다.

농가주부모임의 한 회원은 “박 여사는 언제나 밝고 긍정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우리들에게도 늘 살갑게 대해 인기가 높다”며 “문화혜택과 여가생활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농촌주부들의 취미활동 도모를 위해 앞장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씨는 올해 초부터 업무를 바꿔 예금과 공제를 담당해 주민을 만나고 있지만 여전히 최일선에서 농민들과 가장 밀접한 동반자로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 씨는 “모든 직장인들이 그러하듯 3년 또는 5년 주기로 권태기가 찾아왔지만 그럴 때마다 동료들의 응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된 것 같습니다”라며 “이럴 때를 제외하고는 야근을 하기도 하고 밤을 새우기까지 하면서도 일이 지겹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딱 맞는 것 같습니다”라고 보람을 표시했다.

많은 사람들이 삶을 지탱하기 위해 몸담고 있는 직장, 이곳에서의 부딪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가족보다도 더 오랜 시간 마주하는 친구 같은 존재다.

이러한 사회구성원들 중에는 없어서는 안될 ‘꼭 필요한 사람’이 있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과 오히려 불편을 초래하는 공해 같은 구성원들도 대다수.
이처럼 복잡미묘한 사회생활속에 “일터를 통해 인생의 고진감래를 배웠다”는 박 씨는 ‘약방의 감초’처럼 고맙고 소중한 농협인으로 농촌의 희망을 아름답게 그려가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