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평화마을공동체는 전국 연결해 지역발전 모태로 승화한다”

휴향레저시설과 공존은 다른 휴양지와 차별 기대·공동체 지역발전 도모하는 하나의 모델

2009-07-02     박은정
■ 생명평화결사 황대권 위원장

영광군이 대마면 태청산과 묘량면 장암산 일대에 조성하기로 한 산림 휴양레저시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군은 태청산과 장암산 일대 170만㎡에 자연 휴양레저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기본구상 및 사업 타당성조사 최종용역보고를 마쳤다. 기본실시설계와 관리계획변경 등을 거처 국비 등 총 70여억원을 투입, 오는 2012년까지 5년에 걸쳐 사업을 완료한다는 목표로 자연휴양림, 산림욕장, 휴양광장, 학습광장과 편익시설 등 대규모 휴양레저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러한 가운데 생명평화를 가꾸고 실천하고자 결의 한 사람들의 연대인 <생명평화결사>가 생명평화마을공동체를 휴양레저시설 조성지 안에 건립한다는 계획과 맞물려 적잖은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군은 휴양레저시설 부지확보를 추진중이고 <생명평화결사>는 생명평화마을공동체 건립을 추진중인 상황속에 야생초편지의 저자로 알려진 생명평화결사 황대권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대마면 태청산 일대에 생명평화마을공동체를 건립하게 된 이유는

서울농대를 졸업하고 뉴욕사회과학대학원에서 제3세계 정치학을 공부하던중 학원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그후 국가기관에 의한 조작극이었다고 사건의 진상이 널리 밝혀졌지만 이미 서른이던 1985년부터 1998년 마흔네살이 될 때가지 13년 2개월 동안 황금 같은 청춘을 감옥에서 보냈다. 8·15 광복절을 맞아 석방됐을 때 아버지께서 영광에 땅이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1999년 1월부터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대마의 땅을 찾아와 개간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땅을 일구며 살다 외국을 오가고 책을 펴내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2004년 옥중에서부터 계획했던 공동체 구성을 시도했으나 구성원 해체 등으로 실패를 맞아 생명평화결사 단체활동을 시작했다. 그들과 생태적이고 공동체적인 활동을 중심으로 한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태청산 일대의 땅 5.6㏊를 전부 기부하기로 했다.
2006년부터 계획을 세워 추진해왔고 생명평화공동체 건설을 위해 얼마전 사무실을 전북 남원시 산내면에서 대마면 남산리로 이전했다.
그러나 휴양레저시설 조성에 대해 전혀 모르다 군에서 부지확보를 위한 토지매입절차를 밟으면서 알게 됐다. 하필이면 군이 계획한 사업조성지 가운데 생명평화공동체 건설이 계획돼 참으로 난감한 입장이다.

·앞서 말한 부분을 해결하기까지는 서로간의 입장 차이와 진통이 예상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한가

산업사회의 가장 큰 폐해는 생태계의 파괴다. 생태계가 파괴됨으로써 인간의 삶의 질도 낮아지고 동식물도 살 자리가 없어졌다.
뿐만 아니라 대규모기계를 사용하는 화학농사로 인해 농가경제의 외부의존과 환경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생태마을에서는 생태학적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는 농업을 실천함으로써 생태계 보전과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며 전통마을구조를 새롭게 되살려냄으로써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인정이 넘치는 마을을 창조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공동체는 ‘지역을 위한 봉사’를 가장 중요한 의무로 삼는다. 지역에 봉사하지 않고 독자적인 발전을 꾀하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와 같다. ‘나눔과 섬김’의 정신이야 말로 열린 공동체의 핵심이다.
공동체는 결코 자체로만은 생존할 수 없으므로 지역과 전국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속에서 건설돼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도모한다. 공동체는 말하자면 지역발전을 위한 하나의 계기가 되는 것이다.
하나의 모델이 지역과 전국으로 확대될 수도 있고 모델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역의 인구증가와 함께 고용증대를 꾀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생명평화마을공동체가 지역전체를 생태적으로 재개발하는 모태가 될 수 있으므로 휴향레저시설속에 공존한다면 전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휴양지와 확실한 차별을 꾀할 것으로 생각된다.

·생명평화마을공동체는 어떤 모습을 하게 되는지

생명평화마을공동체는 크게 세부분으로 구성된다. 생태마을, 생명평화아쉬람, 농장 및 소규모사업체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아쉬람이 가장 중요하다. 아쉬람은 학습과 수행을 주된 일과로 하는 일종의 배움공동체다.
지금까지 수많은 공동체 실험이 이뤄졌지만 종교공동체를 제외하고는 성공한 것이 별로 없다. 비종교공동체가 성공하려면 종교공동체와 마찬가지로 그 중심에 영성을 놓아야 한다. 물질로 계량되는 성과가 아니라 정신적 가치를 삶의 중심에 놓지 않으면 백이면 백 공동체가 깨지고 만다.
그 정신적 가치의 담보로서 아쉬람이 중심에 서는 것이다. 산업화 이전 시대에 마을의 정신적 중심으로서 향교나 성황당 등이 있었으나 근대화 바람에 모두 없어지거나 박제화되고 말았다. 아쉬람은 현대에 부활한 향교 또는 성황당이라고 할 수 있다. 아쉬람은 공동체 영성을 함양하는 곳으로 수행과 교육, 지혜 전승의 중심이 된다.

·생태평화마을공동체 건립을 앞두고 앞으로의 계획은

생태평화마을공동체는 되도록 필요한 모든 것을 직접 자기 손으로 만들어 씀으로써 노동의 기쁨을 만끽하고 자립적인 삶이 가능하도록 한다.
이런 핸드메이드 공동체는 결코 자기만족적인 공동체가 아니다. 건설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요소들이 결합해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먼저 거주하던 주민과 외부에서 들어온 귀농자들이 공동체 주민이 되는데 주민이라고 해 반드시 공동체 내부에 살라는 법은 없다.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동체를 추구하는 것이다.
군에서도 당초 계획된 부분을 바로 수정해 공동체를 휴향레저시설에 포함시킬 수는 없으리라 본다. 하지만 충분한 검토를 거쳐 새로운 발상을 받아들이는 것도 창의적인 발전계기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 단체에서도 무리한 사업진척보다는 의견을 충분히 전달하고 설득하며 이해시키는 과정을 거쳐 원할한 해결점을 모색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