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하늘 해파리 알수록 더 무섭네

보름달물해파리 독성 적지만 어민 치명타 국가기간산업시설 피해액만 588억원

2009-08-13     영광21
■ 여름바다의 해적 해파리를 아시나요

여름 바다에서 해파리의 ‘공습’이 늘고 있다. 독이 든 촉수로 사람을 쏘거나, 그물을 찢어놓고 도망친다. 물에 힘없이 둥둥 떠 있는 해파리의 어디에서 그 같은 괴력이 나오는 것일까.

지난 7월27일 휴가를 맞아 친구들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김다솜씨(20·경남 진해)는 뜻밖의 변을 당했다. 바닷물에 잠시 들어갔다가 해파리에게 다리를 쏘인 것이다. 따끔한 느낌은 잠시, 두 군데에 난 상처는 마치 모기에 물린 듯 부풀었다. “생전 처음 당한 일이라 많이 무섭고 당황스러웠다.” 김씨는 해운대 임해봉사센터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40분이 지나서야 다시 물에 들어갈 수 있었다.

김씨처럼 얼떨결에 ‘바다의 말썽꾼’ 해파리에게 공격당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올여름 들어 7월27일까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13명, 송정해수욕장에서 35명(7월25~26일 이틀간), 광안리와 임정해수욕장에서 각각 3명·1명이 해파리에 쏘여 치료를 받았다. 부산 119 수상구조대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부산 전 지역에서 총 68명이 해파리에게 피습되었다.

어민 피해는 더 컸다. 지난달 말부터 전남 영광 안마도에서 신안 흑산도에 이르는 해역에서는 지역 특산품 ‘육젓’의 주재료인 젓새우를 해파리가 죄다 먹어치우는 일이 발생했다. 그물 피해도 만만치 않아서 최근 어선 200척은 아예 조업을 중단했다. 바다가 그야말로 ‘해파리 아수라장’으로 변한 것이다.

98% 물로 구성 2m 크기도
바람 빠진 풍선처럼 물에 둥둥 떠 있기만 하는 것 같은데, 어디에서 그 같은 ‘심술’이 나오는 것일까? 해파리는 플랑크톤성 해산 무척추 동물 250여 종을 총칭한다. 외모는 버섯 혹은 우산처럼 생겼는데, 98% 정도의 물과 몸·입 주위의 촉수로 구성된다. 몸의 지름은 2cm에서 2m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수명은 1년 안팎이고,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으로 번식한다. 암컷과 수컷이 알을 만들고 죽으면 알이 자라 ‘폴립’이 되는데, 이것이 바다 밑에 붙어 무성생식으로 분열해 수많은 ‘폴립’을 만든다. 이 폴립이 자라면 성체인 ‘메두사(해파리)’가 된다. 메두사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머리카락이 뱀인 메두사와 비슷해 붙은 이름이다.

신비롭게 하늘거리는 촉수에는 독이 든 수많은 자세포(침세포)가 달려 있다. 이 침세포가 바로 해파리의 ‘무기’이다. 촉수가 인체나 물고기에 닿으면 해파리는 재빠르게 침을 꽂아 독을 퍼뜨린다. 독성은 제법 강해서 한 번 쏘이면 통증과 함께 흉터가 생긴다.

젓새우와 플랑크톤 먹어치우는 대식가
최근 우리나라 근해에서 ‘만행’을 부리는 해파리는 노무라입깃 해파리이다(참고로 지난 7월부터 영광연안에 출연한 해파리는 독성이 미약한 보름달 물해파리다 - 편집자 주). 대형 노무라입깃 해파리는 직경 1.5m가 넘는 데다 몸무게가 200kg에 이르러, 바다에 출몰할 때마다 인근 해역 관계자들이 긴장한다. 이 해파리는 동중국해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해류를 타고 북상하면서 한 번에 플랑크톤 15만 개를 먹어치워 ‘생태계 파괴범’으로도 불린다.

장수정 박사(국립수산과학원 해양생태연구팀)에 따르면, 노무라입깃 해파리는 1800년대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나온다. 몸집이 클수록 독성이 더 강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장 박사는 “무게 때문에 그물이 찢어지고 촉수를 뻗는 범위가 늘어나기 때문에 몸집이 크면 더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커튼원양 해파리도 동·남해에 수시로 출몰해 말썽을 일으킨다. 역시 노무라입깃 해파리처럼 강한 독으로 멋모르고 물에 뛰어든 피서객을 위협한다. 보름달물 해파리는 피서객을 괴롭히지는 않지만, 바다에서 조업하는 어민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떼로 나타나 물고기를 먹어치우거나, 그물에 걸리면 곱게 도망가지 않고 그물을 찢어놓는 것이다. 때로는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수가 유입되는 취수구를 막아 작동을 방해하기도 한다.

연간 피해액 1,521억~3,048억원
국립수산과학원이 지난 4월1일 발행한 보고서 <유해 해양생물 해파리 피해 예방 기획연구>에 따르면, 해파리로 인한 연간 피해액은 1,521억원에서 3,04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해파리에 쏘인 피서객 99명의 치료비와 피서객 유치 감소분, 해수욕장 일시 폐쇄에 따른 피해액을 합친 금액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원자력 발전소 등 국가 기간산업시설이 받는 피해액도 연간 588억원으로 추산한다.

해파리는 본래 7월이나 8월 무렵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올해에는 특이하게도 5월초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해파리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해 감시 중이다. 연구는 노무라입깃 해파리의 활동이 소강 상태로 접어드는 12월초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그 사이 해파리 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지자체들은 해파리의 난동을 막으려고 해파리의 천적을 바다에 방류해왔다. 부산 해운대구만 해도 지난 7월21일 해운대해수욕장과 송정해수욕장에 ‘말쥐치’ 28만 마리를 풀어넣었다.

하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해파리가 발생하는 원인을 정확히 모를뿐더러 뾰족한 대책이 없는 탓이다. 장수정 박사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 마구잡이로 물고기를 포획하는 행위, 인공 구조물 증가, 오염물질의 유입 등이 해파리가 늘어난 원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해파리를 피하려면…
해파리에 쏘이면 통증과 더불어 일시적인 근육 마비 증세가 찾아온다. 채찍 모양의 상처가 남으며 가려움을 동반한다. 심하면 물집이나 진물이 날 수도 있다. 일부 환자는 실신·오한·구역질 증세도 보인다. 쏘인 뒤 약 5분간은 독이 잘 퍼지지 않아 방심하기 쉬운데, 방치할 경우 호흡곤란이나 급성마비를 겪을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독성이 강한 해파리(노무라입깃 해파리·커튼원양 해파리 등)에게 물리면 심한 경우 목숨을 잃기도 한다.

예방법은 간단하다. 해파리를 절대 맨손으로 잡지 않는다. 접촉했다면 수건을 이용해 해파리를 떼어낸 후, 바닷물로 상처 부위를 씻는다. 이 때 수돗물이나 알코올로 닦으면 안 된다. 그런 다음 플라스틱을 이용해 피부에 박힌 침세포를 긁어낸다.

식초를 적신 수건으로 상처를 덮거나 베이킹파우더를 물에 개어 붙이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른다. 그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가까운 응급센터나 병원으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