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괴석과 아름다운 절경 산행의 맛과 멋 흠뻑 취하게 해
등반 성공의 신화 이루는 안나푸르나 정상 향해 15일 이상 걸리는 최고의 트레킹 코스
2009-10-29 영광21
2회에 걸쳐 연재할 김성운 회장의 산행기를 통해 안나푸르나봉을 느껴보자./ 편집자 주
■ 영광산악인들의 네팔 안나푸르나(4,310m) 트레킹
·기간 ▷ 2009년 10월5일~ 10월12일
·인원 ▷ 김성운, 이정재, 박주경(정주산악회)
·경비 ▷ 159만원(여행사 지불금액)
·여행사 ▷ 유피여행사
사람이 살아간다는 게 하나의 목표를 이루고 나면 또 다른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걸까?
등산을 취미로 즐기게 된 이후 수많은 국내 아름다운 산을 찾아다니며 산을 사랑하고 산의 진리를 깨달으며 때로는 이름 모를 야생화를 사진기에 좀 더 아름답게 표출해 보려고 애도 쓰고 반갑게 맞아주는 새들과 다람쥐, 청솔모 등과 대화도 하면서 자연의 위대함에 감동과 감탄을 하면서도 좀 더 높은 산을 탐방하기 위해 매년 해외 명산등산을 추진 해왔다.
금년에는 신종플루 전염병과 경기도 별로 좋지 않고 해서 해외등산을 취소하려 했으나 박주경님의 권유에 신청자를 모집하려 하니 많은 경비와 7박8일이라는 날짜와 오랜 시간 산행을 해야 하는 자신감 부족 등으로 신청자가 별로 없어 3인이 서울에서 2명과 함께 해 5명이 출발했다. 인천공항에서 같이 동행할 두분이 광주에 사시는 분이라 더욱 친근감이 들었다.
전문산악인이 아닌 아마추어 산악인이라면 한번쯤 여건만 허락하면 오르고 싶은 산을 꼽는다면 산의 기암괴석과 아름다운 나무 그리고 가끔 지나가는 운무가 절경인 자연산수의 비경의 극치를 이루는 중국 황산,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대만 옥산(3,952m),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말레지아 키나바루봉(4,095m), 일본 북알프스산(3,190m) 트레킹, 백두산 트레킹,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그리고 안나푸르나라고 한다.
오은선 여성산악인 만남 기대
비록 안나푸르나 정상(8,091m)까지는 오를 수 없지만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4,130m)는 나에게는 키나바루봉(4,095m)에 있어 최고 높이의 등정을 세우는 기록의 산이며 처음으로 6일간 연속산행에 도전해야 하는 의미있는 산이다.
사실 우리 한국의 여성산악인 오은선 대장이 안나푸르나 l봉(8,091m)만 오르면 세계 8,000m급 14좌 등반 성공의 신화를 이루는 산이라 등산동호인들에게 무척이나 관심이 집중돼 있다. 이번 정상 도전에 300m 남기고 철수해서 베이스캠프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어쩜 같이 사진이라도 찍을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전문산악인들은 반대편에 있는 베이스캠프를 이용한다고 한다.
참고로 안나푸르나 트레킹코스는 크게 3가지로 나누어지는데 푼힐코스(3박4일)와 베이스캠프코스(7박8일), 안나푸르나 라운딩(15일)으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경제적 시간적 체력이 모두 갖춰진다면 토롱라(5416m)를 넘는 안나푸르나 산군을 휘어 도는 안나푸르나 라운딩코스(250㎞)가 최고의 트레킹코스라고 한다. 15일 이상 걸린다고 하니 좀처럼 도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이번 트레킹만 무사히 완주하고 아프리카 킬리만자로만 다녀오면 꿈의 7개 완주의 꿈을 이룬다. 꿈은 꾸는 자의 것이라고 한다. 반드시 우리나라 유명 100대 산 완등과 함께 그 꿈을 이루리라. 다행이 산복山福이 있어서 지금까지 6개의 고봉을 다녀왔는데 전부 날씨가 좋았다는 행운이 나에게는 있다.
안나푸르나 입산 대가 톡톡히 치러
인천공항을 이륙한지 6시간여 만에 내린 카투만두공항은 국제공항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한 건물이었고 전산체제가 갖춰있지 않아 수기로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지루하기도 했다.
포카라로 이동하는 길은 우리나라로 치면 경인도로와 같을 수준의 도로일진데 좁은 2차선도로에 가운데 1차선만 포장돼 있으니 차량이 비길라치면 금방 앞에서 오는 차가 받아버릴 것 같아 몸이 오싹 할 때가 있다. 좁은 도로에 고장난 차가 몇 대 세워져 있어서 교통체증이 더 할 수밖에…
안내일정에는 6시간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 200㎞ 거리를 9시간에 걸쳐 털털거리는 봉고차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해 보니 우리가 안나푸르나에 입산하기 위해 경비와 시간과 육체적 피로 등 대가를 상당히 지불하는 것 같다. 그만큼 좋은 곳을 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세상살이의 법칙인가 싶다. 우리가 묶은 호텔도 초라해서 우리나라에서 쓸만한 여인숙 만큼보다도 시설이 미비했다,
나라의 척도 가늠
오늘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숙소를 떠난 지 2시간 반만에 나야폴로 이동을 하였다. 나야폴 버스정류장에 하차해 화장실을 찾았으나 찾을 수가 없다.
그러나 도시는 많은 차량과 오토바이와 사람들로 분주히 움직이고 활기가 차 보인다. 10분 정도 철구조물로 되어있는 다리를 지나는데 등교하는 초등학생이 너무 귀여워 한 컷 담아보았다. 관리사무소에서 입산 허가증을 받아 계곡을 따라 얼마 정도 걸었을까. 시원한 폭포가 앞에 우뚝 서 있다. 기념 촬영을 하고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을 옮기는데 학교라는 간판이 보인다. 학교라 하기엔 너무 초라하다. 이것이 이 나라 삶의 척도를 알 수가 있다.
샤울바질라에 도착해 롯지에 점심을 먹으로 들어갔는데 유난히 우리나라 국기가 큰 것이 걸려있다. 마음속으로 흐뭇했다.
드디어 저 멀리 안나푸르나 남봉이 만년설의 옷을 입고 우리를 마중 나온다. 마차푸차례의 위용도 한눈에 들어와 흥분이 된다. 하지만 우리가 저기까지 가야하는데 잘 갈 수 있을 지 걱정이다. 비를 맞아가며 7시간만에 지누단다에 도착했다. 젖은 옷을 대충 빨아 말려 놓고 간단한 식사와 함께 내일 산행을 위해 일찍 잠이 들었다.
트레킹 2일차. 어제 비를 맞아서 그런지 걱정이 돼 일찍 일어나 하늘을 보니 하늘은 청명하고 뒤쪽에 새하얀 마차푸차례와 설산이 눈에 확 들어온다. 아침 7시 반에 산행을 시작했다.
계속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이쪽을 보아도, 저쪽을 보아도 하얀 물거품을 쏟으며 시원스럽게 물기둥을 이루고 있는 폭포가 과연 장관이다. 저런 폭포 한개쯤만 우리나라에 있어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폭포 소리를 들을 텐데.
온통 천지가 산이라 먹고 살기 위해 만들어 놓은 다랭이논이 우리들 눈엔 한 폭의 그림으로 보인다.
산행의 최대 고비 맞아
한참을 걷고 있는데 손등이 따가워서 보니 거머리 두마리가 내 피를 빨아먹고 있다. 놀라 떼어내니 붉은 피가 주르륵 흐른다. 다른 일행도 다 경험했단다. 내내 우산을 쓰고 다녔던 정현순의 머리에서 피가 흐른다.
어떻게 해서 거머리가 머리에 붙었는지 알 수가 없다. 다행이 지금은 우기가 아니라 그래도 적다고 한다. 우기때면 거머리 때문에 많은 탐방객들을 놀라게 한다고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가 있어 조그만 방을 들어다보니 선생님이 반겨주신다. 여기서 일부러 주려고 준비해 간 볼펜 두박스중 한박스를 선물로 주었더니 무척 기뻐하는 모습에 우리 일행은 박수를 쳤다.
간간히 운무가 개는 날씨속에서 저 멀리 구름 사이로 안나푸르나 남봉이 수줍은 듯 조그만 하얀 속살을 들어 내놓고 있다. 비가 계속 내리기 때문에 사진 찍기도 어렵다. 하지만 가랑비로 인해 덥지도 않고 땀도 덜 흘려서 좋다.
드디어 이곳 최대 마을인 총롱에 도착했다. 제법 큰 마을이다. 여기는 간이병원도 있단다. 학교도 제법 큰 것이 있나 보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걸 보니.
총롱에서 도반까지 가기 위해서는 계곡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수많은 계단을 내려와서 다시 올라야한다. 날은 어두워지고 몸은 피로가 극치에 달하고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한발 한발 옮기기가 힘이 든다. 내가 왜 이런 고행을 많은 돈을 들어가며 하고 있는지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틀 동안 비가 오는 것이 행운을 가지고 올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비를 흠뻑 맞으며 어둑어둑한 밤에 선두(이정재와 박주경)는 한참 먼저 가고 중위그룹인 나 혼자 지친 몸을 차마 중단하지 못하고 한발 한발 계단을 오를 때마다 거친 숨소리를 낸다. 이번 산행의 최대 고비일 것 같다.
이윽고 뱀부에 도착, 첫번째 숙소가 아니고 몇 번의 숙소를 거쳐서 우리의 숙소가 있다. 다음호 계속
< 트레킹 코스 일지 >
10월5일 - 인천공항 / 네팔 카트만두 / 포카라
10월6일 - 나아폴(1,070m) / 킴체 / 지누단다(1,780m) 산행 7시간
10월7일 - 지누단다 / 총롱 / 시누와 / 도반(2,600m) 산행 9시간
10월8일 - 도반 / 히말라야 / 데우라리/ MBC(3,700m) 산행 7시간
10월9일 - MBC / ABC(4,130m) / MBC / 데우라리 / 도반 / 뱀부(2,340m) 산행 8시간
10월10일 - 뱀부 / 시누아 / 촘롱 / 뉴브릿지 / 씨울레바잘 산행 9시간
10월11일 - 비레탄디 / 나야폴 / 포카라 / 카르만두 산행 2시간(총 42시간)
10월12일 - 인천공항
김 성 운 회장 / 영광군 등산연합회